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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물이 물방울과 섞여 온 몸을 적신다. 사방 천지의 기운들이 손에 잡힐 듯 하던 상승의 영역이 희미해졌고, 아직 그 안에 있는 중년인의 무공은 잡을 수 없는 환상과도 같았다. 한구마사회 그래도. 청풍은 묵묵히 검을 휘둘렀다. 한구마사회 자신의 증명이었다. 결백함을 보여줄 수 없다면, 적어도 당당한 남자인 것만큼은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한구마사회 “별거 아니에요. 그냥, 아버지와 아버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말 안 듣는 딸아이의 이야기죠.” 한구마사회 “저는 무공을 전부 다 아버지한테 배웠어요. 내공은 천지일기공이고, 선법은 백학선법이라 부르죠. 백강환을 내쏘는 지법은 이지선(二指線)이라 하는데, 제가 지닌 무공 중 가장 자신있는 무공이에요.” 한구마사회 총명한 눈빛에 아름답기만 한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구마사회 그것이. 눈앞의 중년인. 한구마사회 그녀와 빼 닮은 콧날과 입매, 그녀와 같은 말투와 억양을 지닌 이 중년인에게 청풍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적어도 그녀의 아버지 앞에서, 나약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한구마사회 퍼어어엉! 튕겨진 청풍의 몸이 하늘을 날았다. 한구마사회 온 몸을 때리는 빗물. 청풍의 몸이 땅으로 떨어진다. 한구마사회 사방으로 튀는 물방울 속에서. 쳐박힌 땅 위에 청룡검 용갑을 박고, 몸을 일으켰다. 한구마사회 부서질 듯한 육신에 들끓는 내력. 하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한구마사회 싸울 수 없는 몸 상태임에도, 그저 죽지 않는 무인의 눈빛만을 품은 채, 중년인, 산서신협 서자강을 바라 보았다. 처벅. 처벅. 다가오는 사자강의 발밑에서 축축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한구마사회 장력의 사정거리. 끝장을 보려는가. 한구마사회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바람과 함께 쏟아지는 빗줄기가 서자강의 몸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한구마사회 그 때였다. 멈칫. 한구마사회 서자강의 걸음이 멈춘다. 촤아아악! 한구마사회 무엇인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누구인지. 한구마사회 직감적으로 알아챈 청풍이다. 결국. 한구마사회 이번에도 이렇게 되는 것인가. 그가 눈을 감았다. 한구마사회 “안돼요!” 물살을 가르며 날아드는 신형이 있었다. 한구마사회 그녀의 얼굴에 흐르고 있는 것은 흐르는 빗물일까, 아니면, 방울지는 눈물일까. 격전이라도 치르고 온 것처럼, 소매한쪽이 찢겨 나가있고, 경장 전체에 흙이 묻어 있었다. 한구마사회 싸움을 한 듯 보인다는 것. 실제로 격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한구마사회 촤악! 촤아악! 그녀의 뒤로 따라붙는 무인들이 이십 명이나 있었던 것이다. 한구마사회 서영령이 청풍의 앞을 막아섰다.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는 가운데에서 서자강이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한구마사회 “위군.” 한사람의 이름을 내뱉는 서자강이다. 한구마사회 서영령을 쫓아오던 무인들 쪽에서 경직된 대답이 들려왔다. “예, 예.......!” 한구마사회 “이 아이가 어째서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이지?” “그, 그것이........!” 한구마사회 비를 맞으며, 굳은 얼굴로 멈추어 선 이. 그의 옷도, 찢겨지고 더러워져 싸움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구마사회 언젠가 부상당한 청풍을 두고, 서영령을 데려갔던 자. 막위군이었다. “련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게 지키라 하지 않았었나?” 한구마사회 막위군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어렵게 어렵게 입을 여는 막위군의 목소리에는 낭패한 기색이 가득했다. “사부님께서.......나서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한구마사회 그의 말이 도리어 서자강의 분노를 자극한 듯. 서자강의 눈이 무서운 빛을 뿌렸다. 한구마사회 “내가 나섰기에. 그렇기에 위군, 너에게 맡긴 것이었다.” 잔잔한 목소리에 강한 질책이 담겨 있었다. 한구마사회 무상 서자강. 막위군의 얼굴이 사색이 되고 말았다. 한구마사회 “죽을 죄를.........졌습니다.........” 서자강의 눈이 가늘어졌다. 한구마사회 이왕 벌어진 일 어쩔 수 없다. 그의 시선이 서영령에게로 돌아갔다. 한구마사회 “그 몰골. 동문과 싸워서라도 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