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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격돌, WIBRO와 EV-DO 탑재 XNOTE의 만남과 마지막
	BlUeSkY		2006-04-20 오후 9:39:16

길 위의 격돌, WIBRO와 EV-DO 탑재 XNOTE의 만남과 마지막

엑스노트 달랑 매고, 길에서 만난 경쟁자들입니다. 밑에는 KT에서 얼마 전부터 시범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는 와이브로 중계기가 보이구요, 바로 위에는 SKT에서 준비중인 제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WCDMA/HSDPA) 중계기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장에 정착한 EV-DO 서비스를 이어나갈 차세대 무선 인터넷 서비스들이지요. 마지막 글은 구리구리한 날씨 만큼이나 어둡게 나갈 것 같네요.

오늘까지 EV-DO 모뎀이 장착된 엑스노트 평가단으로 활동하면서 계속 던졌던 질문은, 이 서비스가 겨냥하고 있는 대상과 수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공부도 엄청 많이 하게 됐네요.

이전 글의 첫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내 자신이 이동하는 상황에, 그리고 일반적인 유선이나 무선 인터넷이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을 것인가.

거의 모든 무선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 하늘 아래, 번화한 곳이라면 대형 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는 무선 AP가 늘상 잡히고, 전철과 버스 등의 단거리 이동 수단으로 주로 이용하는 입장에서 12인치 노트북을 넣고 뺄만한 상황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물음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실제로 평가단 수행을 위해, 여러가지 상황에서 해보았던 실험들은 노트북에 적합하기 보다는 PDA 정도 크기의 핸드헬드 단말기에나 어울릴 법한 것들이었습니다. 증권 시황을 조회하거나(아예 여기에 특화된 PDA도 있죠), 간단한 쇼핑과 신문 기사 검색, VOD 시청은 특히 그렇구요. 특히나 일어서 있을 일이 많은 대중 교통 수단에서 12인치 노트북을 불쑥 꺼내든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개인 혹은 직업적 특수성의 차이는 있겠지만, 휴대폰의 중계기지를 이용한 폭넓은 서비스 범위와 이동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특징이 EV-DO 내장 엑스노트의 장점이겠지만, 서울권역 내에서도 편차가 심한 다운로드 속도와 일단 수도권을 벗어나면, EV-DO망에 접속하기 어렵다는 단점은 분명 발목을 잡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역시, 원격지에서 사내 전산망에 접속하는 일이 빈번한 IT 노동자나, 늘 외부에서 기사를 송고할 일이 많은 기자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이런 컨셉의 제품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실제로 EV-DO 내장 노트북을 수백대 구매해서 사용하는 기업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두번째이자 마지막 질문은 이렇습니다.

"늘 최초, 최신을 갈망하는 우리나라 사용자들의 기호에 이미 EV-DO 기술은 고색창연한 것으로 변해가고 있지는 않은가?

EV-DO 망을 이용한 무선 인터넷 접속 서비스는 안정화 단계이지만, 이미 우리는 주변에서 제3세대 이동통신이니 와이브로니 하는 신 기술들의 말잔치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5월이면 SK와 KTF(7월), 그리고 KT가 획기적으로 속도를 끌어 올린 데이터 전송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정말 이런 신기술들이 EV-DO를 밀어 내고 사람들의 인터넷 생활을 풍요롭게 해줄까요? 여전히 걸림돌은 많습니다. 그래서 버스에 올랐습니다.

삼성과 KT의 전략적 제휴에 의해 전개되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지원하는 단말기는 역시나 삼성의 제품들이더군요, EV-DO와 붙게 하려고 체험단을 신청했는데, 떨어지는 바람에 시간을 쪼개 와이브로 체험버스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와이브로 체험은 진행 도우미의 간단한 와이브로 시연과, 퀴즈, 그리고 각 자리에 위치한 노트북 및 PDA 단말기를 통한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행사 자체의 시간도 짧을 뿐더러, 단말기를 만질 수 있는 시간은 더더욱 짧은 것이 조금 불만족 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밖에 입을 수 없는 주황색 티셔츠는 조금 절망스럽더군요. ^^;;

노트기어에서도 리뷰된 바 있는 Q35에 달려있는 카드 타입이 있구요, 우리 아버지가 증권하실 때 쓰시는 PDA의 업그레이드 버젼도 있었습니다. 역시 엑스노트가 당연히 노트북인 까닭에 카드 타입의 수신기에 눈이 가더군요. 수신기는 애니콜 브랜드네요.

사실 와이브로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누리고 있는 유선 인터넷 활용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와이브로의 막강한 대역폭에 기댄 동영상 블로그 서비스나, 화상 회의, 그리고 대용량 파일 전송이 특징이라면 특징일까요?

행사 코스가 고속 구간이 아니라, 고속 이동시의 안정성은 보지 못했습니다. 간단한 인터넷 서핑과 화상 통화, 그리고 VOD 서비스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EV-DO 엑스노트도 너끈하게 재생하는 300k급 VOD였네요. 흠. 와이브로 체험 카페들이 비공개로 활동하고 있어 실질적 정보는 접하지 못했지만, 일반 기사를 통해 공개된 와이브로의 큰 단점은 "광역형"이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넷스팟이 핫스팟이었다면 와이브로는 핫존으로 넓어진 것 뿐이죠.

"도심을 떠난 자연 속에서" 라니요. 지금 도심에서도 중계기 설치 문제로 말썽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과연 자연이 설마 서울 숲은 아니겠지요?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나 서비스 가격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다시피 와이브로는 부분정액제 내지 종량제의 과금 구조를 갖게 될 전망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기형적으로 거대하게 설계된 웹사이트들과 덩치 큰 컨텐츠를 다루는 데 익숙한 사람들의 주머니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기업용 서비스를 지향한다면 달라지겠지만요. 어쨌든 샘플로 공개된 과금표는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VOD 감상 및 동영상 블로그를 지향하는 서비스가 1만원에 100메가라면 말이 될 수가 없죠.

와이브로도 할말은 있습니다. 기술은 완성이 되어 있지만 아직 구축해나가는 중이기 때문이죠. 과금체계만 현실화된다면, 현재로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및 대체자가 될 공산이 높습니다. 하지만, 전국을 커버할 수 있는 도심을 떠난 자연 속에서 터지는 날은 언제쯤 올까요?

와이브로가 이제 막 알에서 부화해서 쥬라기 공원의 부화실 정도의 공간에서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티라노사우루스라면, 다음달부터 SKT가 세계최초로 상용화하려는 3세대 이동통신 (WCDMA/HSDPA : 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 고속하향패킷접속) 서비스는 벨로시랩터랄까요?

사업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일반 유선 인터넷의 라이트 품질 이상의 전송 속도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대용량 파일의 전송이 아니라면 크게 불만을 느낄 수 없는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생명연장의 꿈을 거듭해 왔던 데이터 무제한 프로모션 요금제의 출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늘 KTF는 금년 말까지 전국 84개시 전역에 HSDPA 망을 구축하겠다고 나섰네요) 약간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LGT는 현재 KTF와 SKT가 서비스하고 있는 EV-DO rO의 개량형인 EV-DO rA 서비스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역시 다운로드 속도가 3배 가량 빨라지고 업로드 속도 역시 크게 개선되기 때문에, Volp 지원이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죠.

지금 엑스노트에 내장되어 있는 EV-DO 모뎀의 성능으로는 와이브로가 지원하고 있는 고화질 영상 전송 서비스를 지원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Vol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서비스는 아주 부드럽게 지원하네요. 느린 업로드 속도와 상관없는 건지 좀 의아하더군요.

Skype와 네이버폰의 PC to PC, PC to Phone 서비스 기능을 사용해 보았는데요. 특히 PC to Phone은 꽤 만족스럽습니다. 엑스노트의 내장 마이크를 통해 약간의 하울링은 있었지만, 별도의 헤드셋을 사용할 경우 낮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케팅하는 입장에선 이들 서비스사와 연계한 상품 개발도 신선할 듯 싶습니다.

이제 정리할 시간이네요. EV-DO 무선 모뎀과 전적으로 EV-DO망에 의지해 근 한달간 체험단 활동을 해왔습니다. 유선 인터넷 서비스의 라이트에 못 미치는 전송 속도를 지닌 EV-DO 서비스는, 점점 덩치가 커지는 인터넷 컨텐츠가 지뢰밭처럼 깔린 현재의 웹페이지는 조금 버겁습니다. 물론 이동성과 광역을 커버한다는 장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겠지요. 특히나 불쑥 튀어나오는 별도의 USB 모뎀이나 치렁치렁 신경 사나운 핸드폰 연계 방식 보다, 이제는 쓰임이 거의 없어진 모뎀을 과감히 제거하고 그 자리에 깔끔하게 EV-DO 모뎀을 수납시켜 버린 엑스노트는 이동성과 일반적인 컴퓨팅 환경을 추구하는 특수직 노동자들에게는 환영을 받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특수직 노동자를 제외하고 기꺼이 매달 3만원을 지출해가면서 이 서비스를 사용할 사람이 있겠냐 묻는다면, 글쎄요. 라고 답하겠습니다. 집이나 회사에서 멀쩡하게 잡히는 무선 고속 AP나 유선랜을 외면하고 EV-DO 접속을 고집하는 바보는 없을테니까요.

사업자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현재의 EV-DO 모뎀은 틈새 시장을 노린 성격이 짙습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무선랜의 그늘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인터넷을 사용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대안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신의 기술을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SKT는 아직까지 노트북에 내장된 형태의 모뎀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KTF는 얼마전 LG의 LW25-EV 모델처럼 당분간은 EV-DO 모듈을 고집할 듯 싶습니다. 사업자의 입장에서 이런 확신을 심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의 EV-DO 모뎀 모듈은 향후 HSDPA와 같은 새로운 무선 데이터 통신 모듈로 교체가 가능하다는 식으로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체험단 기간, 활동 하시느라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부족하고 재미없는 글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