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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영어에서는 memory로 변역될 수 있는 이 말은 우리에게 ‘단순한 기억’ 이상의 의미를 줍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는 말은 있어도 ‘추억이 나지 않습니다’라는 말은 어법상 틀리지는 아닐지 몰라도 흔히 쓰는 표현은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의 의미있는(meaningful) 일을, 그것이 좋은 일이든 또는 좋지 않은 일이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채색하여 되새김질을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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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
대부분의 사람들 처럼 저 또한 ‘첫 번째 경험’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오래도록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책상옆 메모판에 한장의 누런 종이로 남아 있지만, 한때는 나에게 ‘구원의 여신’으로 다가 왔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1년6개월의 길지 않은 만남 이었지만, 평생을 되새김질할 만한 화인을 제 가슴속에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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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남아 있는 첫 사랑의 흔적, 그러나 가슴속에는 지울수 없는 불 도장이...
구태여 ‘역사의식’을 들먹이지 않아도, 현재의 마눌님과의 만남에는 저의 첫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왜냐하면, 첫사랑은 헤어질 수 밖에 없으므로...
뜻밖의 만남(serendipity)
저의 첫 노트북은 IBM TP 310ED 입니다. 98년 5월달에 마지막 세일(last chance clearance)때 동네 전자상품 파는 곳에서 $1,499.9에 샀습니다.
이곳 운영자이신 정민님과는 달리 저는 소위 ‘떨이 유저’입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T40을 제외하고는 모든 컴퓨터 관련 제품은 이미 단종되어 창고세일 하는 것만을 사용해 왔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웹 서핑, 문서작성, 통계 프로그램 돌리기 등 사용가치 측면에서 고성능의 컴퓨터가 필요 하지도 않았지만, 무엇 보다도 기계와는 친하지 않아 컴퓨터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우 전원을 키고 끄는 정도 였습니다. 당연히 소프트웨어 및 펌웨어 업데이트가 있는 지도 몰랐고, 레지스트리 변경을 통한 최적화, 하드 디스크 조각 모음등은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공장 상태’에서 단지 필요한 소프트웨어 서너가지를 설치한후 사용해 왔었습니다.
TP 310ED의 선택에 있었어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당시 제가 보름 정도 타지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차 노트북이 필요하였습니다. 성능이나 가격등을 미리 알아 보지도 않았었고, 동네에서 가까운 가게에 들어가 단지 파는 사람이 권하는 대로 샀었습니다. 사가지고 나오는데 10분이 걸리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비록 그렇게 우연히 만났지만, 그 후로 3년 7개월을 저와 함께 했었고, 올 5월 까지는 제 아들놈들의 장난감 이였으며, 지금은 첫 사랑이 준 편지 처럼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 가고 있습니다.
명품은 아니지만 저의 첫 번째 노트북 이였기에, 첫 사랑을 공개하는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분해기(?)를 시작합니다.
검은색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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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310ED에 있는 노트북 매니저에 나와있는 사양입니다. 공장 상태 그대로 입니다.
제가 살 당시에도 310ED는 ‘최신’의 노트북은 아니였습니다. 만약 최신의 노트북이였다면, 마지막 정리 세일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물론 그 당시는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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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해기의 모티브가 된 노트기어의 ‘[추억 속의 명품] IBM ThinkPad 380’를 보면, 제가 310ED를 살때 이미 명품이라 칭함을 받는 380을 비롯 타회사의 좋은 제품들이 많이 있더군요.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저는 아이비엠 매니아가 아니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검둥이’의 매력에 빠져 드는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현재 제가 사용하고 있는 T40과 비교하면, 310ED가 비록 뚱뚱하고 다부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기본원형은 그대로 계승 되어진 듯 합니다. 검은색의 옛날 도시락 같은, ‘단순함’의 미학이라고 얘기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습입니다.
물론 세월의 흐름속에서 많이 바뀌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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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감싸고 있는 겉 재질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T40보다 거친 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만져 보아야 알 수 있는것.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팜레스트에 인텔 로고만 있고, IBM 매니아들이 집착(?)하는 IBM 삼색 로고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트북 상판이 아닌 하판(?)에 래치 스위치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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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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