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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하면 대부분 '노인들이나 걸리는 질환' 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사실 치매는 정상적인 지능이 대뇌피질의 질환때문에 저하되는 증상을 말한다. 대뇌 신경세포가 광범위하게 손상되어 기억, 이해, 계산 능력의 저하 및 사고의 빈곤화 등을 유발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노인치매'가 치매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치매 = 노인 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치매'는 노인들만 걸리는 노인병이 아니다.
독일의 '알츠하이머'라는 의사에 의해 밝혀졌고 '치매'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병'을 비롯해서 - 노인 치매의 대부분이 알츠하이머에 해당 - 매독과 같은 특정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진행성 마비, 외부의 충격이나 뇌손상 등으로 야기되는 '다경색 치매'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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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하루가 멀게 쏟아지는 디지털 기기들이 바로 디지털 치매의 주범이다.
그런데 이런 병리학적인 분류에 새로이 추가되어야 할 치매유형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디지털 치매'라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의 급격한 발전으로 우리의 환경은 10년 전과 비교해볼 때 참으로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는 초등학생들의 주머니 속에서도 발견되는 휴대전화를 포함해서 슈퍼컴퓨터를 무색케하는 고사양의 개인용 컴퓨터, 언제부터인가 다이얼리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PDA 같은 디지털 기기들은 소화전의 물줄기처럼 넘쳐나는 정보화 사회에서 우리 두뇌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으며 그 효율성 면에 있어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만큼 괄목할만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디지털 기기들로 인해 인간 두뇌의 원천적 능력은 쇠퇴위기를 맞고 있다.
IT기기들로 인해 겪게 되는 부작용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루가 멀게 쏟아지고 있는 각종 과잉 정보들로 인해 유발되는 일종의 노이로제인 '정보불안증'과 사소한 것이든 중요한 것이든 간에 모든 정보란 정보들를 디지털 기기들에 저장함으로 더이상 두뇌의 기억력에 의지하지 않음으로 발생하는 '기억력 저하'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에서는 이같은 기억력 저하 현상을 IT 건망증 또는 IT 멍청이라는 신종 정신질환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당연히 이 증상의 희생자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연령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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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의 신호탄은 바로 이것이다.
'늘 사용하던 친구나 아는 사람, 거래처 심지어는 자기 집 전화번호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것! 즉 '전화번호 건망증'이다.
과거 '묘기대행진'이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하는가? 특별한 재주를 지닌 각종 분야의 사람들이 출현하여 자기만의 장기를 뽐내던 꽤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주로 단골로 보여주던 묘기가 바로 '암기'였다.
특히 예전에는 114로 전화를 걸면 컴퓨터가 아니라 전화 교환원들이 직접 전화번호를 안내해주었는데 이 교환원들의 전화번호 암기 솜씨가 가히 '묘기'급이었는지라 교환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암기의 소유자는 의례 '묘기대행진'에 출현하여 수천 개가 넘는 전화번호를 정확하게 암기하는 실로 놀라운 실력을 뽐내곤 했다.
하지만 컴퓨터가 모든 정보 출력을 담당하고 있는 지금, 어디에서도 수천 개에 달하는 전화번호를 암기하고 있는 '암기왕'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수천 개의 전화번호를 기억해주는 휴대전화나 PDA와 같은 단말기들이 우리 두뇌가 해야할 일을 차지하고 있다.
한 번 멈추어서 휴대폰이나 PDA와 같은 디지털 기기들을 이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기억력으로 떠올릴 수 있는 전화번호가 몇 개나 되는지 시험해보라. 아마 거의 대부분이 일반 다이어리의 전화번호란 한페이지도 못채울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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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의 또 다른 증상은 '계산 능력'의 저하이다.
사실 이것도 매우 심각한데, 가령 '8곱하기 12'와 같이 아주 간단한 수의 계산을 앞에두면 무의식적으로 전자계산기부터 찾게된다는 것이다.
계산기 찾는 시간에 머리로 암산을 해도 됨직한데, 머리 속으로 계산한 값은 도통 믿을 수가 없으니 기어코 계산기를 찾아 두들겨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어떤 경우 어쩔 수 없이 '암산'을 이용한 계산은 나중에 종이를 이용해 식을 세워 계산해 보고 이를 다시 계산기로 검산(?)을 해본 다음에야 비로소 믿을 수 있게 된다. 필자를 비롯해서 아마 이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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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자맹'을 들 수 있다.
일전에 천자문이나 상용 1800자 등을 달달 외우던 사람들도 거의 모든 한자들을 컴퓨터를 통해 찾아 쓰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막상 특정 한자를 쓰거나 한자가 많이 쓰인 책 등을 읽을 때는 도무지 무슨 글자인지 잘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전통적인 유교집안에서 자라난 덕에 어려서부터 남부럽지 않은 한자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요사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알고 있던 한자임에도 글로 쓰려면 다시 한번 획을 확인해봐야 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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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요즘 핸드폰만 있으면 전화번호 검색은 물론 노래방까지 즐길 수 있다.
또한 가지 재미있는 증상이 있는데, 요즘 사람들은 '노래방 기기가 없이는 노래를 못 부른다'는 것이다. TV 화면에 나오는 가사를 봐야만 노래를 끝까지 부를 줄 안다는 것이다. 노래방 기기가 없이는 잘 부르던 노래도 생판 모르는 노래처럼 되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럼 노래방 기기가 없는 곳에서는 어떻게 노래를 부를까?
그것도 크게 염려할 문제는 아니다. 바로 '핸드폰 노래방'이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의 벨소리가 16화음을 넘어 40화음까지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핸드폰 노래방'은 10대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학교의 오락 시간에 특정 학생에게 노래를 시키면 그 학생은 어김 없이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선택하고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반주와 액정화면에 출력되는 노래가사를 보면서 노래를 한단다.
이러니 노래가사를 외울 틈이나 있겠는가?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치매의 원인은 거의 모든 생활을 디지털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창의적인 뇌운동량이 격감해서 생긴다고 한다.
사실 기억력이란 것은 '반복적인 훈련'에 의해 다져지는 지적 능력인데, 요사이 넘쳐나는 각종 디지털 기기들로 인해 반복적인 기억훈련을 비롯한 전반적인 뇌운동이 거의 필요 없어졌기 때문에 디지털 치매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근육을 쓰지 않으면 않는만큼 약해지고 퇴화하듯 우리의 두뇌도 사용하지 않으면 점차 그 기능이 약화되어 심각할 경우 '치매'를 앓는 환자처럼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의도적으로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을 해야 하며 - 고스톱말고... ^^;- 매사 적극적으로 사는 것 그리고 항상 즐겁고 느긋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전화할 때마다 매번 휴대폰이나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 얼마쯤은 '암기'하여 사용하고 간단한 계산정도는 계산기가 아닌 '암산'으로 해버릇하는 것이 어떨까?
시간이 지날 수록 기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 그 기계의 주인인 사람의 두뇌는 점점 퇴화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현재 공상과학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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