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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일본 요도바시 카메라 1층에 위치한 PDA 매장 - 모든 제품이 정찰제로 판매되고 있다.
노트북 정보 커뮤니티 싸이트에 올라오는 글 중에 '붕어'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노트북 시장의 상황을 조금만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붕어'라는 표현이 물에 사는 어류의 일종을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은 백화점이나 하이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군소 유통 업체들에서는 정찰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노트북을 비롯한 디지털 카메라, PDA 등과 같은 첨단 디지털 기기의 유통 시장의 경우 업체마다 동일 제품 가격에서 상당히 가변적인 추이를 보이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업체가 크든 작든 해당 제품 앞에는 명찰처럼 가격표가 명시되어 있을 뿐더러 가격의 등락폭도 비교적 일정하다.
가령 일본의 전자제품 최대 양판점중 하나인 신주쿠의 요도바시 카메라의 경우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PDA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 빼곡히 들어차 있지만 모든 제품 앞에는 어김없이 가격표가 명시되어 있으며 매장 이끝에서 저끝까지 뒤지고 다녀봐도 다리품 값도 안나올 정도로 비슷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기 위한 고민만 하면 될 뿐, 좋은 가격을 주고 구입하는 것인지,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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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테크노마트 내부
동양 최대의 단일 상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용산의 전자랜드를 비롯해서 전자제품 유통 상가의 신천지로 떠오른 테크노마트, 그리고 터미널 상가, 선인상가 등 국내 내로라하는 전자제품 도소매 종합 상가들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은 소위 '맨투맨식 영업'을 하고 있다.
즉 사람에 맞춰 적당히 가격을 부르는 가변적 가격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소비자층이 다양한만큼 대응 태도나 부르는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단가가 큰 노트북 시장에서 이러한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노트북 업체에서 가장 꺼려하는 소비자 유형은 일명 '빠꼼이'이라고 불리는 스타일.
에누리, 다나와 등 각종 가격 정보싸이트는 물론 노트북 동호회, 커뮤니티를 통해 얻은 제품 라인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가격정보로 노트북 업체 판매원들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기에 관련 업체에서 반길리 만무하다.
판매 경험이 풍부한 중견 사원이라면 이러한 유형의 소비자라도 적절히 대응하여 마찰을 일으키는 일이 없겠지만 일선 경험이 부족한 초급 판매원들의 경우 빠꼼이 스타일의 소비자들을 대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그런가하면 어떤 업체는 소비자가 조금만 아는척을 해도 무성의하게 대답하거나 외면하는식의 판매거부 의사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의 소비자는 다름 아닌 '붕어스타일'이다.
우스개 소리로 붕어의 지적 능력이 떨어짐을 강조하기 위한 말로서 '붕어의 기억력은 3초'라는 말이 있듯, 붕어스타일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입하려는 제품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할 뿐더러 가격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판매원이 내미는 미끼를 아무런 경계심 없이 덥석 물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만나면 판매자들은 생기가 돌고 활력이 넘친다. 마진을 많이 남길수록 판매수당도 늘어나니 왜 신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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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염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판매 행태 때문만이 아니다. 마구잡이식 설명을 늘어놓아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무책임한 태도가 더욱 심각하다.
실제로 필자가 용산의 분위기를 탐방하기 위해 전자랜드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름만 대도 웬만한 사람들은 알법한 중견 유통 업체에 가서 모사의 타블렛 PC에 관심을 보이자 판매원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이제품 정말 좋습니다."
"컴팩의 타블렛 PC 개발자가 우리 업체에 왔을 때 이제품보고 깜짝놀라 한 대 구입해 갔을 정돕니다."
"센트리노요? 타블렛 PC는 센트리노 탑재하려면 멀었습니다. 그리고 센트리노에는 아직 버그(?)가 많습니다."
"제가 대우 센트리노(??) 제품과 삼성 센트리노 제품을 직접 만져봤는데, 아직까지는 맞는 프로그램도(???) 없고...어쩌구저쩌구... 시기상조입니다."
그가 넉살좋게 늘어놓은 말들이다.
웬만하면 명함이라도 건네면서 업체의 속사정을 듣고 싶었으나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들이 수습 가능한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기에 씁쓸한 웃음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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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자랜드나 테크노마트에 입주한 업체들이 모두 이런식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관련 업체들은 위와 같은 모습이 오늘날의 노트북 업체의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소비자들은 굳게 믿고 있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분위기 탓인지 최근 용산 전자랜드와 테크노마트에 입주한 노트북 전문 업체들 거의 대부분이 '불황의 늪'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최근 악화현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경기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면 현재 이러한 불황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경기침체 현상이 장기성을 띠고 있으며 북한 핵문제, 이라크전 등 국제 정세가 불안하다는 점이나 이미 국내 PC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 등이 불황의 요소로 크게 작용하기도 하겠지만 이것만 가지고서는 노트북 판매 업체의 불황을 진단하기는 어딘가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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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의 PC 보급률은 현재 66%로서 세계 최정상급이다. 이것은 미국의 55.6%, 영국의 42.2%를 훨씬 능가하는 비율이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가정에는 거의 모두 PC 한 대씩은 갖추고 있으며 많게는 서너대의 PC를 보유한 가정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은 데스크탑 PC의 보급률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트북 시장과는 경우가 다르다.
더군다나 데스크탑 PC 보급률이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결과는 노트북 PC의 보급률에 있어서도 세계 1위에 버금가는 보급률을 기록할 저력이 있다는 말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노트북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올 해 노트북 PC 판매 예상치는 년초 130만대였으나 노트북 시장의 분기가 최근 살아나고 있으며 인텔 '센트리노' 효과에 힘입어 160만대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관련 업계들은 낙관하고 있다.
사실 160만대라면 약 5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던 작년 대비 300%에 달하는 고속 성장에 해당하겠지만 이를 데스크탑 PC 시장 규모로 보자면 1995년 164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던 상황과 비슷한 수준으로서 아직까지 국내 노트북 PC 보급률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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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최근 인테넷 쇼핑몰들이 노트북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트북 PC의 개인 수요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에서 유독 전자랜드, 테크노마트 등의 노트북 군소 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최근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유수 인터넷 쇼핑몰과 TV 홈쇼핑에서 매출 증대 효과가 높은 노트북 PC 판매에 집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전자제품 양판점으로 유명한 하이마트에서도 노트북 PC 판매를 단행하고 있어 수도권을 비롯해 전자랜드, 테크노마트 등의 전문 상가를 직접 방문하기 곤란한 지방 소비자들의 수요를 대부분 빼앗고 있다.
특히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가격적인 메리트를 부각시키기 위해 램, 가방, 마우스 등의 각종 사은품은 물론 적지 않은 적립금, 반품과 AS의 편의성 등을 강력한 무기로 내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에 더해 기형적인 노트북 유통 체계와 대형 유통 업체들의 횡포도 노트북 전문점들의 매출 경감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엔비인사이드나 아이비엠매니아, 컴팩매니아, VAIOSRX 등과 같은 노트북 전문 커뮤니티 및 동호회에서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개인중고매매장터의 활성화로 인해 노트북 수요층이 신품에서 중고품으로 상당부분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최근에 도시바코리아, 소니코리아 등에서 내수 판매 업체를 규제하기 위해 EMI(전자파 장애) 신고를 거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대거 적발, 관계 당국에 고발조치 하는 등의 강력 대응도 내수품 판매율이 높은 이들 업체들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전자랜드, 테크노마트에 입주한 노트북 전문 업체들의 불황의 주된 이유는 서두에서 밝혔듯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마구잡이식 판매행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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