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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팩의 못 다 이룬 꿈 - 에보 N620C (제 1부)
이 기사는 8개의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등록일시 : 2004-08-11 오후 12:59:04 


가을 바람에 괴로이 읊조리나, 세상에 알아 주는 이 없네.
창 밖에는 밤 깊도록 비만 내리는데, 등불 앞에 마음은 만리 밖을 내닫네.

秋風唯苦吟 (추풍유고음), 世路少知音 (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 (창외삼경우), 燈前萬里心 (등전만리심)


통일신라시대의 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의 '추야우중(秋夜雨中)'의 내용이다. 이 시는 신분적 한계로 좌절을 겪은 화자의 심정이 잘 표현된 대구(오언 절구) 구조의 시로서, 내용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시를 짓는 일도 괴롭지만 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세상이 자신을 알아 주지 않는 것. 그런 연유에 밤늦도록 잠 못 들고 '전전반측(輾轉反側)', 등잔을 마주하고 있지만 마음은 만리 길을 떠돌 뿐이다.' 이 시는 가을 비오는 날 밤의 외로움 혹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대해, 그리고 뜻을 펼치지 못한 지식인의 고뇌'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컴팩의 마지막 작품인 에보 N620C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웬지 모를 처량함과 이루지 못한 뜻에 대한 애환이 느껴진다. 최치원의 '추야우중'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필자를 주책맞은 사람이라고 면박을 주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한 때 아니 지금까지도 자신을 CompaqMania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필자의 이러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으리라...


Texas Instruments의 연구원으로 일하던 Rod Canion, Jim Harris, Bill Murto 세 사람에 의해 1982년에 설립된 Compaq. PC계에서 Compaq이라는 이름은 실로 특별한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사실, Compaq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지금의 노트북 PC는 오늘날과 같이 놀라운 발전을 이룩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Compaq의 공동 설립자인 Rod Canion, Jim Harris, Bill Murto는 Texas Instrument에서 나온 뒤, 작은 회사를 설립하였다. 이들은 휴스턴의 한 파이가게인 "하우스 오브 파이(House of Pies)"에 모여 그들의 첫 제품을 스케치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노트북 PC의 시조라고 불리는 Compaq Portable이었다. 당시 벤처 투자 회사인 Sevin-Rosen의 대표였던 Ben Rosen은 Compaq Portable에 깊은 감명을 받아 투자에 동의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최초의 포터블 PC인 Compaq Portable은 1982년 11월,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었다. 8088 4.77MHz CPU, 128Kb의 램, 320KB 용량의 한 개짜리 5.25 플로피 드라이브, 9인치의 그린 모니터, 무게 28파운드였던 이 제품은 쉽게 말해서 요즘의 데스크탑 PC 정도의 크기에 해당하였다.

IBM-PC의 BIOS의 저작권 문제를 피하기 위해 ROM-BIOS까지 자체 제작해 탑재하였던 Compaq Portable은 세계 PC 업계에 Compaq이라는 이름을 인상적으로 알렸을 뿐 아니라, 향후 십 여 년간 IBM의 입지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경쟁업체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Compaq Portable을 출시한 이듬해인 1983년, 기업 공개를 실시하고 10억 달러의 매출고를 기록하였을 뿐 아니라, 포천誌 선정 500대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으니 이들의 갑작스러운 성공에 주목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겠는가!


사진설명 : Compaq 창립자들과 Compaq Portable 사진 출처 : www.compaq.com


Compaq은 1989년 9월, 노트북 PC 역사에서 또 하나의 획을 긋는 제품을 선보였는데, 바로 지금의 쉘형식(Shell - 노트북의 상판이 개폐되는 모양이 조가비와 비슷하기 때문에 '조가비형'으로 구분된다.)의 근간이자 현재 노트북 PC의 패러다임을 보여준 Compaq LTE 286이었다. Intel 80286 CPU, 640KB RAM (Max : 2600), 20MB HDD 등의 사양에 3.5”(1.44MB) 플로피 드라이브를 탑재하고 있었으며, 8.4”의 단색 LCD는 당시 최고인 640x400의 해상도를 구현하였다.

또, 전용 Expansion jack을 이용하면 외부 자기 테이프나 플로피 드라이브와도 연결이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3Kg이 채 되지 않는 이 제품은, 이름만 Portable이었던 제품들과는 확연하게 차별되었으며 보다 가볍고 휴대하기 편한 PC를 원했던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LTE 286는 이 후 전세계 PC 제조사들에게 '노트북 PC' 제조 방향을 제시해주었다는 점에서 노트북 역사에 큰 궤적을 남긴 획기적인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컴팩은 PC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세계 PC 판매 1위 업체로 급부상 하였다.

승승장구하던 컴팩의 사운이 기울기 시작한 것은 PC 업계의 강력한 복병인 '델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부터이다. '델컴퓨터'는 1988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마이클 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주문형 컴퓨터를 통해 직접 소비자 공략에 나서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해 나갔다.



델이 PC 업계 최초로 채택한 '직접 판매' 방식은 비용 절감, 마진 상승 효과를 거두었으며 생산과 유통이 분리되어 있어 시장 유연성과 경제성이 떨어지는 컴팩의 마켓쉐어를 잠식해 들어갔다.

이러한 델의 공세에 밀리기 시작한 컴팩은, 1997년 '직판 체제'를 도입하였으나 중간 도매상을 통하는 기존의 유통 방식과 병행해야하는 현실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였다. 결국 세계 PC 판매 1위 자리를 델에게 넘겨주어야 했던 컴팩은 2001년 9월 4일, HP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250억달러 규모의 주식거래를 통해 전격 합병 인수가 추진되었으며 2002년 3월 6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휴렛 패커드(HP)와 컴팩의 합병을 공식 승인함에 따라 PC 업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게 된 것이다.

수 천 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하고 주가 역시 하락을 거듭하던 끝에 마침내 2002년 3월, 휴렛 패커드로 합병될 수 밖에 없었던 '컴팩'의 운명은 창업 당시부터 줄곧 회장직을 역임했던 로즌의 2000년 10월 은퇴 기념식 연설 가운데서 한 마디로 요약되어 있다. 로즌 회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었다.

"설계도 한 장과 꿈만으로 6만 5천개의 고용을 창출하고 40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은 위대한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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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깃보이 2004-08-11 오전 1:43:37
노트기어 정말 최곱니다~~~
  강민 2004-08-11 오전 2:42:08
대단히 인상적인 리뷰입니다. 역시 칭송을 받을만합니다. ^^
  박재용 2004-08-11 오전 3:28:15
항상 성의 있는 리뷰 훌륭합니다. 지금 저는 소니 S타입을 쓰고 있는데 그래도 패럴랠포트와 시리얼포트로 중무장(?)한 녀석들이 부럽습니다.
  박재용 2004-08-11 오전 3:29:59
하드웨어 개발시 아직은 시리얼과 패럴랠포트는 필수 거든요..변환 케이블과 포트리플리로 해결은 보겠지만...다음 리뷰를 기대하면서...
  백두 2004-08-11 오전 3:36:01
아마다 M300 PIII-600 유저입니다... 지금도 왠만한 작업을 능수능란히 처리하는 성능과 견고함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싸구려틱한 델에게 무너지다니..너무 아쉬울뿐이죠.
  우아....... 2004-08-11 오전 5:59:41
순위권 처음이당... 리뷰 멋집니다. ^^&
  오타신고 2004-08-11 오전 7:49:25
수고 많으십니다. _(__)_ 4장에 "베젤 우측 하단엔 컴팩로고가,좌측 하단엔 모델명이~"라고 되어 있는데 사진에는 그 반대로 보입니다.
  역시... 2004-08-11 오전 8:00:21
노트기어 짱입니다~! ^^
  노트북 리뷰가 2004-08-11 오전 9:26:12
예술의 경지에 올랐네요. 노트기어를 통해 노트북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진정한 장인들의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
  ecoty 2004-08-11 오전 9:39:07
노트북에 대해 여러가지로 많이 배웁니다. 컴팩의 nc4010이 나왔던데요 시퓨높아지고 라뎅9600탑재 정도가 변경사항이네요
  운영자님 2004-08-11 오후 12:42:02
제목에는 N이 아니라 M620C라고 되어 있어요.
  노트기어 2004-08-11 오후 4:14:24
오타 수정하였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
  응원자~ 2004-08-11 오후 4:34:39
솔직히 이 정도 리뷰라면 이러한 얼리어뎁터류의 리뷰중의 단연 최고라고 생각됩니다. 노트기어에서 기사를 유료화한다고 하더라도 돈이 전혀 아깝지 않군요..
  나단 2004-08-11 오후 4:39:28
컴팩이여~~ 컴백하면 안되나요? 그대 없는 노트북계는 앙꼬 없는 찐빵..T.T
  나단 2004-08-11 오후 4:40:38
지금도 n620c는 웬만한 모델가운데서 밀리지 않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리뷰에서처럼 화려할때 떠났어야 한다고 봅니다.
  배홀똑이 2004-08-11 오후 6:14:34
비디오 카드가 되게 아쉽네요...
  리뷰어님 2004-08-11 오후 8:51:46
리뷰어님 컴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과 지식까지 겸비하셨군요.. 대단하신 분입니다..^^
  컴팩그리워 2004-08-11 오후 10:30:43
HP 합병 되고 나서 더 그립습니다요... HP가 만드는 짝퉁 컴팩이들...정말 싫다..-_-
  카프카 2004-08-11 오후 11:11:35
지금 4년이 넘은 아마다1750(펜2-333)으로 이 글을 보고 있는데 오랫만에 컴팩이란 단어를 보니 기분이 좋군요... 컴팩만한 완성도를 지닌 노트북도 드물죠...
  ddacpool 2004-08-12 오전 12:31:51
전 N400C 사용자인데, 내 노트북이 이렇게 훌륭한 혈통(?) 을 타고난 놈인줄은 몰랐네요^^ 은근히 자부심 느낍니다!
  노트북리뷰 2004-08-12 오전 1:23:56
를 읽고서 감동먹었습니다. ^^; 노트기어가 제품 리뷰라는 딱딱한 형식의 글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군요.
  김철원 2004-08-12 오전 9:20:25
지금은 소니를 쓰고있지만 컴펙이 항상 마음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쓰고 싶은 노트북입니다. 리뷰 참 멋지군요.^^
  사실 2004-08-12 오전 10:09:57
엔지니어들은 컴팩중에서도 에보가 가장 좋죠... COM 포트 때문 입니다...ㅜㅜ 컨버터는 안되는게 넘 많아서...ㅜㅜ
  와 위에 2004-08-12 오전 10:23:55
꿈에 노트북 아나다 1750 크억..... 완성도 죽이는 노트북이죠.. 지금 저는 거거 구하려고 하는대 왜케 비싼지...참.....
  ㅡ,.ㅡㅋ 2004-08-12 오후 9:33:34
콤팩 조아요... 콤팩만 4년째 쓰는중이라지요..ㅋ.. 첨엔 플자1700 지금은 플자2816...조금은 딴걸로 바꿔보고 싶기도..ㅎㅎ;;
  실마릴 2004-08-12 오후 11:12:59
그 12대의 n610c중 한대를 지금까지 너무 잘 쓰고 있습니다. 적금 깨서 산거였는데, 아직까지도 대만족입니다. ^0^
  강초 2004-08-13 오전 12:28:47
모방할수 없는 리뷰최강! 노트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리뷰입니다!
  컴팩마니아 2004-08-13 오전 1:17:45
여러부분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군요 저는 프리자리오 1927을 시작으로 현재도 n400c를 사용중입니다. 그때당시는 정말로 좋은 제품들이었지요.
  지나가다. 2004-08-13 오후 5:57:39
M700에 이어 Evo N610c를 쓰고 있습니다만, 정말 믿음이 가는 좋은 제품입니다.
  예전엔 2004-08-22 오후 1:25:49
타 구형노트북들이 하도 허접하게 나온 모델이 많아서 컴팩상위 모델이나 아범 상위모델이 참 좋았는데 요즘은 다른 노트북들이 하두 좋아져서 정말 군내 나는것 같더군요 ㅡㅡ;;
  예생각에 2005-04-11 오후 8:15:30
저의 첫 노트북 M300... 정말 최고였습니다. 멋진 외관. 1.3kg의 가벼운 무게. 그외 리눅스와 찰떡 궁합에 embedded system 개발에 적합한 serial port와 parallel port 까지... 한 2년 반 쓰다 여행갔다 잃어버리면서 영원히 안녕했죠 ㅋㅋ 하여튼 리뉴 잘봤습니다.
  마경철 2007-05-03 오전 1:40:22
잘봤습니다.. 중고 제품을 봤는데도.. 맘에 쏙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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