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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시장이 여전히 건재함에도 대부분의 매체들은 PC 시장의 위기론을 끊임 없이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도그럴 것이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소니와 같은 굵직한 PC 제조사들의 연이은 PC 사업 포기로 시장 전망이 여느때보다 어둡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9년까지만해도 유수 시장 조사 기관들은 노트북 PC 시장이 2015년까지는 연 17%의 고속 성장을 지속하다가 이후부터는 10% 초반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바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애플의 아이패드가 등장하면서부터 PC 시장 상황은 빠르게 변화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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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PC는 ’생산성을 장점으로 하는 기기’이고 태블릿은 ’소비 지향적 기기’라는 단순한 분류를 하고 있고 ’포스트 PC’ 경쟁에서 노트북 PC는 태블릿에 이미 주도권을 내준 상태’라고 단정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좀 더 깊숙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PC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소비자 시장’이 노트북에서 태블릿으로 급격한 중심 이동을 한데 비롯되었습니다. 제품간의 격차보다 사용 환경의 격차는 비즈니스 시장과 일반 소비자 대상인 컨슈머 시장의 경계를 분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각종 서식 제작, 다양한 비즈니스툴을 통한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를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시장에서 ’소비 지향적 기기’인 태블릿이 파고들 틈은 그리 넓지 않지만, 전체 사용자의 80%가 웹브라우징, 컨텐츠 소비에 몰려 있는 일반 소비자 시장의 경우 노트북에 비해 저렴하면서 효율적인 소비 전용 기기인 태블릿은 모바일 PC 환경을 바꿔주는 새로운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급속한 방향 전환이 전체 PC 시장의 성장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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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꿔 말하면 아직까지 PC 시장를 떠받들고 있는 비즈니스 시장은 건재한 상황이고 소비자용 PC 시장 역시 ’소비 지향적 기기’에 좀 더 부합된 모습을 보여줄 경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태블릿이 소비자 PC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었던 것은 작고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고 노트북 대비 가격적인 이점이 확실했으며 컨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인스턴트 프로그램(앱)을 통해 폭넓은 활용을 가능케 해주었다는 점입니다. 즉 태블릿의 인기는 PC의 구조적인 장점을 취하고 소비 환경에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덜어낸 것에 기인합니다.
일각에서는 차후 태블릿 시장이 비즈니스 영역까지 확대되면 보다 특화된 기능의 제품을 통해 채산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만, 소비자 시장과 달리 PC의 강력한 생산성을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시장에서 태블릿이 주요 업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과거 PC의 도입으로 ’업무 환경’이 극적으로 변화된 것처럼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기기가 차후 비즈니스 환경을 또 한번 극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론도 제시되고 있으나 이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의견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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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입력 디바이스’입니다. 즉 키보드와 마우스로 대표되는 현 PC의 입력 디바이스는 비즈니스 PC 환경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태블릿의 인터페이스인 멀티 터치는 ’철저하게 소비 지향적인 인터페이스’입니다. 제아무리 효율적인 가상 키보드가 등장하고 터치를 활용한 비즈니스 앱이 개발된다해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기반으로 한 PC의 생산성을 구현할 수 없습니다. 즉 생산성 부분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능가하는 혁신적인 입력 디바이스가 등장하지 않는 한, 비즈니스 시장에서 PC의 절대적인 위치는 당분간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생산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소비자 PC 시장입니다. PC로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포털에서 정보 검색하고 SNS로 지인들과 소통하며 영화/음악 감상, 즐겨하는 몇 가지 게임 정도가 전부인 일반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생산성을 자랑하는 값비싼 노트북 PC는 ’사치품’으로 비춰질만합니다. 더구나 휴대성, 배터리 구동 시간, 소음 발열 등 휴대 기기로서의 활용성 부분에서도 태블릿에 비해 떨어지다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히 노트북 PC에서 태블릿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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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에 주도권을 빼앗긴 소비자용 노트북 PC 역시 자구책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결과물들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했을 뿐입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PC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단순히 ’혁신성 부족’이라고 생각한 많은 제조사들이 ’액정을 돌리고, 꺾고, 접고, 분리하는 묘기’를 선보였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관심은 냉담했습니다. 휴대성이 문제일까 싶어 아예 ’울트라북’이라는 명칭을 만들고 두께를 15mm 이하로, 무게도 1kg 내외로 줄여봤지만 기대했던만큼의 성과는 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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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작고 가벼우며 배터리가 오래가는 소비 전용 단말기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싶어하는데, PC 제조사들은 복잡한 힌지 설계로 휴대성은 오히려 떨어지면서 가격은 이전 제품보다 훨씬 비싼 노트북 돌연변이, 변종들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소비자들의 확실한 구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뛰어난 생산성과 효율적인 소비는 전혀 별개의 분야임에도 PC 제조사들은 ’효율적인 소비’를 우습게 본 나머지 뛰어난 생산성만 갖추면 ’효율적인 소비’는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해온 것이 패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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