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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디지털 기기들은 더이상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 요사이 용산을 찾는 여성이 눈에 많이 띈다.
몇 달 전 한 디지털 카메라 중고 매매 게시판에서 어떤 여성이 자신이 사용하던 디지털 카메라(이하 디카)를 시세보다 많이 비싼 가격에 내놓았던 적이 있었다.
조금만 비싸다고 느껴져도 엄청난 악플들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인정사정 없는 사지(?)에서 그 여성은 자신이 디카를 어떻게 샀는지에 대해 썼었는데 그 사연이 정말 기가막혔다.
그 여성은 바로 용산에서 엄청난 바가지를 썼던 것이다.
카메라 자체도 시세보다 30% 넘게 비싸게 샀을 뿐 아니라 기본으로 들어있는 배터리, 충전기 등의 부속품들을 다 따로 돈주고 샀다고 했다. 이것저것 포함하니 정상 가격에 두 배..
이렇게 자신이 산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물건을 내놓았으니 시세보다 비쌀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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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용산 전자 상가에는 온통 '신제품'에 온통 '세일'제품들로 가득하다.
그 당시 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내가 더 분하고 화가 났었다. 꼭 다른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용산.
중학교 시절부터 워크맨을 사러 돌아다녔던 곳.
내가 기억하는 용산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호객행위로 지나가는 사람 멋쩍게 함은 기본이요, 한 번 붙잡히면 강압적인 공포분위기로 인해 물건을 안 살 수 없게 만들며 그것도 모자라 옴팡 바가지를 씌우던 곳이었다.
친절함보다는 지독한 끈질김이, 물건의 저렴함보다는 판매자들의 느끼함(?)이 끈적거리는 곳이었다는 기억뿐이다.
거기다 그 당시에는 상인들간에 담합도 꽤 잘되어 있었는지, 워크맨 충전지와 같이 별것 아닌 물건들을 다 같이 비싸게 팔기도 했었다.
덕분에 뭣모르던 시절 만원도 안되는 워크맨 충전지를 3만원씩이나 주고 구입하기도 했고 본체와 충전기, 이어폰은 항상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말을 한동안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 남동생에게 개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용산을 다니기 시작해서부터 이러한 용산의 실태를 알게되기까지는 일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기억 때문일까.. 고등학교 2학년 때 듣기 평가를 위해 필요했던 마지막 워크맨을 산 이후로 거의 7년간 용산에 물건을 사러 가는 일은 더이상 없었다.
어쩌면 용산이라는 곳 자체가 싫어져 용산에서 주로 취급하는 전자제품에 대해서도 일부러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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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음.. 디지털 카메라보단 저넘을 한대..^^;
그러다가 서론에서 언급한 한 여성의 경험담을 보고나니 내기억 한구석에 일그러져 있던 용산에 대한 기억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하였다.
요사이 중요한 시험을 끝낸 뒤라 시간도 남고, 여성들에게 유독 험난한 장애물이 많은 용산이란 곳이 과거에 비추어 얼마나 변화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고민끝에 용산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물론 아직도 여자들을 대상으로 심하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면 그런 파렴치한 짓을 일삼는 매장을 노트기어를 통해 모두 폭로! 해버리겠다는 '엄청난 사명감'을 갖고서 말이다.
일단 내 나이층의 여성이 주로 살만한 물건인 200만 화소대 디지털 카메라를 중점적으로 물어보기로 생각을 정하고, 나름대로 잠정적인 가설도 세워보았다.
여성이 혼자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러 가면 '내수용 카메라'를 정식 수입업체에서 파는 것만큼은 바가지를 씌울 것이다..라고.
주로 물어볼 항목은 소니의 200만 화소대 디지털 카메라인 P2와 역시 비슷한 급의 니콘 2500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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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열심히 물건 값을 물어보고 있음
참고로 인터넷에서 미리 조사한 P2의 국내 정품의 최저 가격은 440,000이고 니콘 쿨픽스 2500은 370,000원 정도이며 정품과 내수는 보통 7-1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즉 P2의 내수 최저가격은 37만원 정도이고 니콘 2500 경우는 26만원 정도로 보여진다.
정식제품이 내수보다 좋은 이유는 구입후 1년 혹은 2년 동안 무상 AS가 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중고시장에서도 내수와 정식제품 사이에는 적잖은 가격차이가 존재한다.
내수를 파는 상인들의 경우, 손님들이 구입할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문제가 발생하면 매장으로 가져오세요. 1년 동안 완벽하게 AS를 해드립니다!'라고 장담 하지만 그런 말을 믿고 내수를 구입한 다음 문제 발생시 AS 제대로 받은 사람은 거의 본적이 없다.
정식과 내수의 차이는 조금만 신경써서 살펴보면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니의 P2의 경우는 디카 바닥면에 국내 유통 정품 임을 표시하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제품 메뉴얼도 한글로 되어있고, 메모리스틱도 16메가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반면 내수품은 8메가 메모리스틱이 기본이며 설명서는 당연히 일본어로 되어 있다.
일단 용산의 대표 상가라 불리우는 전자랜드에서 물건값을 알아보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섰을 때의 첫 풍경은 매우 한산했다. 평일 오후라서 그러리라 생각하고 디지털 제품에 문외한으로 가장한 나는 첫 가게로 찍은 매장으로 들어가 소니사의 P2와 니콘 2500, 캐논의 S30등을 물어보았다. 물론 내수이다.
결과는 예상외로 괜찮은 편이였다. P2는 39만원, 니콘은 28만원, 캐논 S40은 62만원.
거기다 깔끔한 점원의 태도까지.. 더 붙잡으려 하지도 않고 끈적(?)대지도 않으면서 단지 묻는 말에 친절하게 카메라의 장단점을 찬찬히 설명해주는 것이였다.
거참, 이렇게 한 방에 가설이 깨져도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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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평일 오후라 그런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썰렁한 전자랜드
예전에 비해서 몰라보게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잘 걸렸나?
다음 집을 가보았다. 거기에선 P2가 38만원, 2500이 29만원 이었다. 기종 별로 만원 더 비싸기도 하고 싸기도 했다. 예상외로 여자인 내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시도하지 않는다는게 마냥 신기했다.
이 매장의 점원은 이전 매장의 점원보다 한 술 더떠서 카메라별로 사진도 찍어보고 컴퓨터도 화질도 비교도 해봐서 가장 맘에 드는 걸로 결정하라고까지 하는 것이었다.
물론 구입을 위한 방문이 아닌지라 그냥 나왔지만 힘만 잔뜩 빼고 그냥 나가는 나를 향해 점원은 마지막까지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일단 이렇게 두 군데서 가격을 알아보니 나머지 가게들은 자동이었다.
보통 용산의 매장들에선 물건을 보는 손님들에게 얼마까지 보고오셨어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입에 붙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질문에 '얼마까지다'라고 대답하면 그보다 더 비싸게 살 일은 없어보였다.
이후로 4-5군데 매장을 더 다녀보았지만 대부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비슷비슷한 수준이었다.
일단 전자랜드의 경우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으며 나와 같은 여성들도 구입할 물건에 대해 웬만큼 사전 정보를 갖추고 방문할 경우 바가지 쓸 것을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심각한 불경기라고 하더니 그 때문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예전부터 갖고 있었던 전자랜드에 대한 나쁜 감정이 조금은 사그러드는듯한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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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터미널 상가 3층의 디카 매장들
그렇다면 터미널 상가는 어떨까?
터미널 상가는 전자랜드에 비해 대체적으로 물건 값을 좀 더 비싸게 부르는 경향이 있었다. 지하철 개찰구를 막나오면서부터 각종 디지털 제품을 취급하는 수십개의 매장들이 운집해 있는데, 이 곳 중 한 매장에서 물건 값을 물어보니 소니 P2 내수는 41만원을 니콘 2500 내수는 31만원을 불렀다.
전자랜드보다 3-4만원 정도 비싼 값이였다.
그런데 정말 재밌는 점은 바로 그 옆의 매장에서는 지금까지 알아본 중 가장 싼 가격인 37만원과 27만원을 불렀다는 사실이다.
전자랜드의 매장들은 가격이 거의 비슷한 데 반해, 터미널상가는 매장별로 가격 차이가 상당히 심한 것 같았다. 따라서 터미널 상가를 방문할 경우 힘들더라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매장을 찾기 위해 적잖은 발품을 팔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정도 분위기라면 크게 바가지 쓸 일은 없어보인다. 알아본 주력 기종들이 모두 저가형 디지털 카메라이긴 했으나 처음 기계를 알아보는 여성 행세를 제법 실감나게 했음에도 가장 비싸게 부른 매장이 최저가격에 4-5만원 비싼 정도였기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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