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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은 우리들에게 참으로 뜻깊은 한해였다.
며칠전 나라의 기둥인 새대통령을 선출한 일도 그렇고 전국민이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음을 증명한 '월드컵'은 우리 내면에 잠재하고 있었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역력히 드러내주었던 감동의 순간이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으랴..
생각할수록 치가 떨리고 분노가 치솟는 '여중생 장갑차 압사 사건'을 비롯하여 유례없는 아파트값 폭등, 실물 경기 악화..등 힘든 시련들도 많았다.
다사다난했던 2002년도 어느덧 역사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2002년은 노트북 제조사들의 치열한 자리싸움으로 인해 분주했던 한 해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불황속에서도 노트북 PC 시장의 점유율을 두고 각 노트북 제조사들은 2002년 한해를 매우 숨차게 보냈다. 그 결과로 이미 많은 나라에서 노트북 PC 판매량이 데스크탑 PC 판매량을 능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트북 PC 시장의 성장은 특히 괄목할 만하다. 빈약하고 기형적인 유통구조에도 불구하고 '노트북 PC 100만대 시대'를 일구어냈고 노트북 PC 수출량이 데스크탑 PC 수출량을 추월하기 시작하였다. 2002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약 46만 대에 이르는 노트북 PC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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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가장 성공한 CPU로 평가받고 있는 펜티엄 3
펜티엄 3에서 펜티엄 4로의 도약
2002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2003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국내 노트북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모델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보자.
2002년 노트북 시장에 대한 고찰을 하기 앞서 노트북 CPU 시장을 선도하는 인텔의 제품군에 대한 간단한 이해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
2001년 말, 인텔은 1GHz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없는 팬티엄 3를 단종시키고 0.13미크론 공정을 이용한 투알라틴 CPU를 새롭게 발표했다. 여전히 활용성 높고 안정적인 펜티엄 3를 단종시키고 투알라틴을 거쳐 펜티엄 4로 건너뛴 이유는 무엇일까?
인텔 펜티엄 3 CPU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CPU 가운데 하나로 불릴 만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는데, 그도그럴 것이 경제성과 속도는 물론 호환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CPU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펜티엄 3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펜티엄 3가 기반으로 사용한 아키텍처는 과거 펜티엄프로 코어시절부터 사용되었던 P6 기반이다. FSB 133MHz까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당히 손을 보긴 했지만 원래부터 팬티엄 3는 1GHz 이상의 클럭을 생각하지 않은 구조로 개발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펜티엄 3 기반에서는 1GHz 이상의 고클럭을 지닌 CPU가 개발되지 못하는 것이다. 투알라틴 CPU 개발 전에 한 때 팬티엄 3 기반의 1.13GHz 모델을 잠깐 출시한 적이 있었으나 안정성 문제로 모두 리콜처리 되었다.
이제 펜티엄 3 CPU가 무대에서 사라질 때가 도래한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투알라틴 CPU는 과거의 MMX와 비슷한 임무를 띤 CPU이다. 즉 펜티엄 3의 차기 모델이라기 보다는 펜티엄Ⅲ의 생명을 조금이나마 늘려주는 역할을 하면서 진정한 차기 모델인 펜티엄 4가 완전히 자리잡을 때까지 인텔의 CPU 시장 점유율을 든든히 지켜줄 '대타' 였던 것이다.
그런데 투알라틴 CPU는 인텔의 440칩셋처럼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성능을 발휘하였기 때문에 펜티엄 4가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데에 오히려 방해물로 작용하기도 했다.
사실 투알라틴은 펜티엄 3와 동일 제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고클럭을 이끌어내기 위해 공정을 0.13미크론으로 미세화시켰다는 점만 빼면 펜티엄 3 기반과 '동일한 공정 업그레이드 모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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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펜티엄 4 CPU
인텔 펜티엄 4를 출시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소비자는 속도가 빠른 제품을 선호한다!'
실제로 펜티엄 4는 펜티엄 3와는 달리 고클럭에 적합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펜티엄 3가 안정적인 성능과 경제성으로 PC 시장을 주도하는 첨병의 역할을 할지라도 1GHz에 불과한 클럭으로는 점점 높아져가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AMD와 같은 경쟁업체들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AMD CPU는 코어 자체가 '최신형'으로서 클럭당 데이타 처리량에 있어 펜티엄 3에 비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을 뿐더러 CPU 클럭도 1.5GHz까지 입력이 가능했다.
이런 환경에서 인텔의 획기적인 고클럭 입력이 가능한 CPU의 개발은 피할 수 없었던 선택인 것이었다.
투알라틴 칩셋은 PC 시장이 펜티엄 3에서 펜티엄 4로 완전히 전환될 때가지의 과도기를 책임질 임시 방편으로 출시된 CPU였기 때문에 2001년 말부터 2002년 말까지 약 1년 간의 짧은 생명력을 기록한 것이다.
따라서 2002년 상반기 노트북 시장은 '투알라틴' CPU를 탑재한 기종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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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알라틴 CPU 탑재의 포문을 연 소니
최초로 인텔 투알라틴 CPU를 탑재하여 화재가 된 모델은 소니 바이오의 GR시리즈였다.
2001년 7월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바이오 GR은 커머스 시장에 비해 비지니스 시장에서 유독 약세를 보였던 소니 바이오의 야심작이었다.
출시 초기만해도 미국과 일본에서 전량 매진 사태를 일으킬만큼 폭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2001년 9월 국내 시장에서 처음 유통될 때에만해도 상위 모델인 GR9/K의 가격은 400만원이라는 초고가를 형성하였다.
초기의 성공 때문이었을까.. 소니에서는 GR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비지니스 라인에서의 바이오의 입지를 굳히려 들었다. 하지만 이후 경쟁 업체들에서 대등한 성능의 모델들을 저렴하게 출시하기 시작하였고 시장에서 GR이 과잉공급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바이오 GR의 가격은 서서히 하락하더니 급기야 2002년 초반에 이르러서는 200만원대로 주저앉게 되었다.
과거 소니의 최상위 라인이였던 XR이 항상 300만원대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여 최고급다운 면모를 잃지 않았음을 고려해볼 때 바이오의 새로운 최상위 라인인 GR의 가격 하락은 소니에겐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국내에 GR시리즈를 본격적으로 보급시킨 모델은 GR5F/K이다. 1.13GHz의 적절한 성능, 14.1 SXGA, 콤보 드라이브 등을 갖추고 있으면서 가격은 250만원 전후를 형성하였던 GR5F/K는 바이오 노트북 최초로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노트북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바이오 GR 사용자들의 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음은 물론 300만원을 상회하던 GR의 가격대를 200만원 초반대로 끌어내린 공신(?)이기도 하다.
바이오 최상위 모델인 GR시리즈의 인기가 급작스럽게 시들자 소니사는 모바일 팬티엄 4 프로세서를 장착한 GRX라는 새로운 라인업을 추가하여 일종의 극약처분을 하게 된다.
'세계 최대의 16.1인치 액정을 탑재한 모델!'이라는 점은 전세계 노트북 사용자들의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액정이 큰 만큼 무게 또한 3.8Kg에 달하는 엽기적인 모델인 GRX는 UXGA(1600*1200)에 달하는 초고해상도 액정에 펜티엄 4 1.6Ghz의 고클럭,16배속의 라이팅이 가능한 콤보드라이브 등을 장착한 초호화급 노트북으로 재탄생하였다.
현재 소니는 GRX를 바이오 최상위 라인으로, 기존의 GR은 GRS라는 보급형 모델로 포진해놓은 상태이다. 그리고 일본과 미국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FX시리즈가 그 뒤를 받쳐주고 있다.
이 외에도 소니는 엔터테인먼트 베이를 새롭게 추가한 디지털 스테이션 형식의 NV 시리즈를 출시하였다. NV 시리즈는 15인치 액정을 탑재하고 콤보드라이브 외에 MD, 키패드, 서브우퍼 등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베이를 통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다목적 노트북 개념의 모델이다.
처음 출시가 발표되었을 때만해도 5Cm의 두께에 3.5Kg에 달하는 무게로 인해 시대를 역류하는 노트북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불러일으켰으나 NV를 사용해본 유저들의 공통적인 평가는 데스크탑 데체 모델로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상당히 괜찮은 노트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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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의 명가 'IBM'은?
2001년 10월에 출시되어 2002년 초반까지 화재의 대상이 되었던 기종 중에는 IBM의 A30P를 빼놓을 수 없다.
A30P는 노트북으로서는 최초로 ATI 라데온 7500(32MB) 칩셋을 그래픽 코어로 사용하여 데스크탑 PC의 성능을 발휘하는 최초의 노트북 PC로 기록되었으며 '플렉뷰'라 불리우는 광시야각 액정을 탑재하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A30P는 여러모로 최상위 기종에 걸맞는 사양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던 인텔의 투알라틴 1.2GHz CPU를 비롯하여 48GB 5400RPM 속도에 달하는 고성능 하드디스크, 좌우 160도 시야각을 자랑하는 광시야각 액정, 노트북에서 CD TP CD가 가능한 울트라 2000 플러스 베이, 유무선랜에 더해 블루투스 모듈까지 당대 최고의 노트북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물론 가격도 당대 최고인 500만원대였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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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IBM의 귀공자로 불리우는 T 시리즈의 최신 모델인 T30
IBM의 '귀공자'로 불리우는 T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가을 A30P와 함께 출시된 T23은 하이앤드 유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최고급 모델중 하나였다.
티타늄 케이스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고급 세단을 연상시키는 T시리즈는 T30이 발표된 2002년 여름까지 노트북 시장을 주름잡았다.
하지만 최상위 모델이 500만원을 상회하는 초고가 모델이면서 경쟁 기종에 비해 떨어지는 성능비와 과거 특화된 IBM만의 특징이 거의 사라져 보급형 노트북과 차별화된 특징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 등은 IBM T시리즈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을 점점 싸늘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일까.. T시리즈의 메이저 업그레이드 모델인 T30이 발표되었을 때, 더이상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아직도 노트북 유저들 사이에서 'IBM T시리즈'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겠지만 2-3년 전과 같이 '부러움의 대상'이거나 '궁극적인 목표'와 같은 독보적인 가치는 퇴색돼 버렸다.
IBM은 전통적 라인인 A와 T시리즈에 이어 저가형인 i시리즈를 단종시키고 그 대신 내놓은 R시리즈로 보급형 노트북 시장을 공략하였다.
상대적으로 A와 T시리즈에 비해 떨어지는 사양과 확연히 구별되는 외형을 지녀 IBM의 '서자'쯤으로 홀대받던 i시리즈와는 달리 R시리즈는 A와 T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과 성능을 두루갖추고 있으면서도 가격대는 여전히 보급형 노트북 수준으로 출시되어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더군다나 최근 출시된 T시리즈가 R시리즈의 외형과 거의 흡사하게 출시되어 IBM에서도 그동안 각 모델군에 따라 특화된 제품 구성을 버리고 양산체제에 돌입한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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