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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한 번쯤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늘씬한 곡선에 광채가 번쩍이는 고급 스포츠카의 모습을 사라질 때까지 바라볼 것이고 미혼 남성들(?)이라면 미니스커트 차림의 늘씬한 미녀에게서 쉽게 눈을 돌리지 못할 것입니다. 어린 아이라면 부모가 손을 잡아 챌 때까지 최신형 장난감이 그득한 완구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할 것이며 여성들이라면 아름다운 보석이 진열되어 있는 쥬얼리샵이나 명품 브랜드의 패션 매장 혹은 화장품 매장 앞을 지나면서 남다른 관심을 나타낼 것입니다. 성별이나 연령, 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들도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다른 것과 구별되는 ’독특함’과 ’특별한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교통사고 장면이나 치열한 싸움의 현장,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이 벌이는 스트리킹과 같이 꼭 좋은 것들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것들도 많습니다.
초창기 소니 바이오 노트북은 ’한 번 보면 누구나 갖고 싶어한다’고 말할 수 있을만큼 매력적인 제품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예쁜 노트북이었기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초창기 소니 바이오 노트북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매니아층을 형성하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바이오 노트북을 소유한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느껴질만큼 사람들의 감성적인 만족도를 크게 자극하였기 때문입니다. 90년대 후반, PC에 제법 밝은 지식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에게조차 생소한 장치였던 메모리스틱이나 윈도우에서 제공하는 기초적인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에 겨우 익숙해지려는 시점에 감각적으로 사용하는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주었던 조그다이얼 런처, 노트북을 켬과 동시에 ’나는 다른 것들과 달라’를 외치는듯한 바이오 특유의 ’띠리리링~’ 시작음, 최상위 모델이었던 XR 시리즈에 적용된 독특한 쿨링 구조인 인터플랩, 답답한 속도의 USB 1.1로 영화 파일 하나를 전송할 때 20-30분 이상 걸렸던 타 모델과는 달리 400M/bps의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1394 포트를 기본 채용하여 동영상 편집을 수월하게 해준 점 등 초기 소니 바이오 노트북은 타 제품과 비교해서 눈에 확연히 띌만한 특징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렇기에 바이오 노트북은 사용자들에게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나 도서관 같은 공공 장소에서 노트북을 꺼내는 일을 하나의 즐거움으로 만들어주었을 정도로 ’소유의 즐거움’을 선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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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2년 들어 소니 바이오는 진정한 의미에서 ’소니다움’을 잃어버리기 시작하였고 바이오의 특별함 때문에 바이오에 열광하였던 사용자들의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지지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초창기, 경쟁사들이 노트북 PC를 단순히 휴대용 PC라는 획일화된 개념으로 접근했을 때, AV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노트북 PC를 비주얼화하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를 접목한 소니 바이오 제품들은 제품 컨셉에 있어 독보적이라 할만큼 개성적이었는데요, 바로 이것이 자신의 발등을 찍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경쟁사보다 몇 발자국 앞선 컨셉을 선보였고, 그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군에서 더욱 큰 쇼크를 기대하게 되었지만, 노트북의 혁신성, 외형 디자인의 중요성, AV 및 컨버전스화에 경쟁사들이 열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소니 바이오만의 독특한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전히 소니 바이오 노트북은 타 모델에 비해 세련된 외형과 뛰어난 조립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 격차가 예전처럼 눈에 확연하게 드러난 정도는 못되고, 어떤 부분에서는 경쟁업체에 뒤처지는 부분들도 상당수 눈에 띄기도 하였으며 업친데 덥친격으로 가격만큼은 예전 그대로였으니 초창기 소니에 중독되었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음은 자명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경영 정상화를 선언한 소니가 점차 예전의 독특한 가치를 되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탄소섬유, 11.1인치라는 새로운 규격 - LED 백라이트를 적용한 액정, 광학드라이브를 탑재한 10-11인치 제품군 중에서 가장 가벼운 TX 시리즈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브 방식이라는 듀얼 그래픽 칩셋을 적용한 SZ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경쟁사와 확실히 구별되는 독창성을 선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바이오 노트북은 사양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라는 인식을 상쇄시키기 위해 109만원대의 초저가형 FJ 시리즈를 내놓았고 최신 나파 플랫폼을 적용한 Fe 시리즈를 160만원대에 내놓는 초강수를 두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시장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있는데요, 소니는 후지쯔에 이어 2006년 상반기, 외산 브랜드 중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누구든 돌아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놈(?)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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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600 고해상도 4.5인치 액정을 탑재한 517g의 초미니 노트북 PC인 바이오 UX17LP(이하 UX17)은 지난 3년간 소니가 잃어버렸던 혁신성을 다시 찾아가고 있음을 대변하는 모델이라 할만 합니다. 아마 오랫동안 노트북 PC를 써보신 분이라면 재미삼아 연습장이나 백지에 ’이런 노트북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자신만의 초미니 노트북 PC를 스케치해본 경험이 있을겁니다. ’무게는 최대한 가벼워야 하니까 대충 300g 정도 나가야 하고 슬라이딩 또는 회전형 액정은 한 5인치 정도? 고용량 메모리 - 하드디스크는 기본이고, 키보드 내장, 디지털 카메라 내장, 휴대폰 모듈 내장 등등...’과 같은 상상을 하면서 싱거운 웃음을 지으셧던 적이 있으실텐데요, 바로 이번에 소니가 선보인 바이오 UX17이 그런 상상과 가장 일치한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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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캠코더 스타일의 68만 화소 모션아이와 노트북 PC의 퓨전 모델이라는 점 때문에 화제를 모았던 바이오 GT1의 모습입니다. 제가 2000년도 말에 사용하던 제품의 실제 사진입니다.
사실 바이오 UX17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제품이 아닙니다. 소니는 바이오 사업 초창기인 1998년부터 8.9인치 액정을 탑재한 미니노트북인 C1시리즈를 시작으로 초경량 노트북 PC 설계 능력을 꾸준히 키워왔습니다. 2000년, 소니는 디지털 캠코더와 노트북 PC의 결합이라는 독창적인 컨셉의 바이오 GT 시리즈를 선보였는데요, 이 제품은 당시로서는 엽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 6.5인치 XGA 해상도 액정과 68만 화소의 디지털 캠코더가 결합된 기이한 형태의 제품이었습니다. 저와 같이 독특한 제품에 미치다시피 한 사람들 외에는 구입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시장에서는 참담한 실패를 한 모델로도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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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GT 시리즈에서 디지털 캠코더를 삭제하고 미니노트북 컨셉으로 출시된 U 시리즈의 모습입니다.
GT 시리즈에서 초미니 노트북 설계 능력을 다진 소니는 이후 효용성 없는 디지털 캠코더 부분을 삭제한 바이오 U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성능적인 문제로 인해 노트북 사용자들로부터 구린소라 불린 트랜스메타의 크루소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설계된 바이오 U1 시리즈는 일본내에서만 유통되었습니다만 국내에서도 많은 사용자층을 형성하였을만큼 꽤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U1시리즈의 후속 모델인 U3 시리즈를 끝으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가 싶었지만, 소니는 인텔 셀러론 M프로세서 기반의 U101 시리즈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미니노트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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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바이오 U 시리즈의 최고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U101의 모습입니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외형 디자인, 기존 C1, U 시리즈의 단점인 퍼포먼스 부분을 대폭 개선한 U101은 모델명을 알파벳화하여 유롤(Ulol)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면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상당한 매니아층을 확보하였습니다. 특히 이 제품은 중고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모델로도 유명합니다. 단종된지 2년이 다되가는 U101의 중고가격이 아직도 100만원을 넘기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후 소니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UMPC 형태의 5인치형 미니노트북인 U50 시리즈를 발표하였습니다만, 입력 디바이스의 불편으로 인한 사용 편의성 저하 부분 등의 문제점으로 U101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단종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이렇다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2004년 8월에 발표된 제품 컨셉이 2년 후인 지금에 와서 UMPC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다듬어지고 있으니 U50의 혁신성 만큼은 인정해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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