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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 - 몇 년 전부터 매니아라는 말은 대중문화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이들은 대중문화의 파수꾼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각종 문화의 다양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대부분 '매니아'로 분류되는 특정 집단은 제도권에 문제를 제기하는 문화의 투사와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으며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시도하는 열성적인 사람들로 이해되고 있다.
사실 '매니아'라는 말은 단어적으로 볼 때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원래는 'maniac'이라는 단어로서 '광적인, 애호가, 미치광이' 정도의 뜻을 갖고 있는데, 특정분야에 광적이라 할정도의 열정을 쏟아붓는 사람들을 가리켜 흔히 'maniac'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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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메니악'이라는 말이 일본으로 건너가 그 나라의 특성에 맞게 깎이고 다듬어지면서 '마니아'라는 독특한 부류의 집단을 탄생시켰으며 '특정 분야에 대해 단순히 취미 이상으로 열광하는 아마추어 전문가'들을 일컬어 그들 말로 '마니아'라고 부르게 되었다.
사실 섬나라 특성상, 예로부터 '위계질서'에 바탕을 둔 '와'(和)를 중요시하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 배려하는 '기쿠바리' 사회를 특징으로 하는 일본의 국민들은 각자 자신에게 허용된 틀안에서 규격화되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형화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보니 각자 자신의 내면에 내재된 개성과 욕구들을 밖으로 표출하는 대신 안으로 깊이 파내려가야 하는 문화적 특수성이 작용하여 '마니아'라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적 결과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의 '마니아'라는 단어의 의미는 실로 독특하다. 이들은 특정 분야에 단순히 열광하는 팬의 수준을 넘어 자신의 관심분야와 관련된 거의 모든 내용들을 속속들이 파헤쳐 꿰고 있으며 관련된 물건들을 대부분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소장해야 직성이 풀리는 문자그대로 '광적인 집단'인 것이다.
마니아들의 집작 정도도 대단한데, 이보다 더한 집단인 '오타쿠(일본어로 '집'을 의미하며 자신의 관심분야만을 생각하고 오로지 집에서 그것과 관련된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 '집'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고 한다.) 들도 있다고 하니 일본인들의 폐쇄성과 집착은 과히 세계 최고라고 평가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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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가 무엇을 의미하고 그 정확한 뜻은 무엇인가하는 원론적이고 복잡한 얘기를 끄집어내자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특정 분야에 열광하는 집단을 가리켜 '매니아'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매니아라는 칭호의 단어적 의미는 일본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일단 '특정 분야에 대해 열광하고 전문가 수준의 풍부한 지식을 소유한 사람들'이라는 면에서는 일맥상통하나, 우리나라의 매니아들은 일본의 '마니아'들에 비해 훨씬 균형잡히고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는 면에 있어서 '보다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소위 진정한 '마니아'에 대해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니아의 기준에 대해 이렇게 떠들어댄다.
- Jazz 마니아라고? 그럼 재즈 명판을 한 1000장 이상 소유하고 있나?
- 자동차 마니아라고? 제대로 튜닝한 자동차 한 대도 없으면서?
- 영화 마니아? 소장 비디오와 LD, DVD, 그리고 영상장비의 총액이 한 1억은 되나?
- 노트북 마니아? 그럼 과거의 유명 기종서부터 최신 고가 모델까지 십여대 이상은 보유하고 있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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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러한 외적인 기준으로 국내 매니아들을 논한다면 그 사람은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마니아들은 한가지 분야에만 매달리는 지극히 배타적인 집단의 모습 자체이다. 'maniac'이라는 단어를 그들의 문화적인 특성에 맞는 의미로 윤색, 수정하여 정착시켰듯이 일본의 '마니아'를 '매니아'라는 또다른 단어로 들여와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문화적인 특성에 맞게 잘 깎고 다듬어 유용하게 사용하면 그만인 것이다.
일단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식 '매니아'의 의미는 '특정 분야에 광적으로 집착한다기 보다는 개인적인 취향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를 즐기며 호불호가 일치하는 사람들과의 모임을 통해 강한 유대감과 일체감을 기반으로 내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일단의 사람들의 모임'이다.
최근 노트북 PC가 일반에게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노트북 PC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노트북 매니아'라는 말이 일반화되고 있다.
노트북 매니아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모임중 하나가 바로 www.ibmmania.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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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7월 19일 웹상에 그 모습을 처음 들어낸 ibmmania.com은 제목 그대로 IBM THINKPAD 사용자들의 모임이다.
ibmmania.com은 특정 메이커 사용자들을 대상으로한 노트북 동호회 커뮤니티 사이트이지만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먼저 이 사이트에는 거의 모든 동호회 사이트의 필수 조건인 '로그인' 절차가 없다.
보통 노트북 동호회를 비롯하여 각종 동호회 사이트들은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수혜를 얻으려는 사람들에게 '회원 등록'이라는 일종의 댓가를 요구 하는데 ibmmania.com은 별도의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각종 게시물 열람은 물론 글쓰기, 장터이용 등 사이트 전반에 걸쳐 기능적인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대부분의 노트북 관련 동호회들이 운영상의 어려움이나 여건 등의 문제로 자체 가공 정보보다는 게시판 활동이나 타 정보 사이트에서 옮겨온 내용들로 체워지는 것과는 달리 IBM 싱크패드의 역사, 라인업 소개, 관련 제품 리뷰 등 풍부하고 다체로운 자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노트북 커뮤니티 사이트로는 처음으로 온통 시커먼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ibmmania.com 만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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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mania.com의 운영자는 '귀신'이라는 ID를 사용하는 '김태은'씨이다. 역사고고학을 전공한 그는 '과거의 역사적 유물을 통해 인류의 궤적을 그려내는 고고학만의 섬세함으로 싱크패드를 분석한다'라는 특이한 지론을 갖고 있다.
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노트북 PC와 고고학의 만남 - 다소 미스매치일 것 같아도 그가 풀어내는 싱크패드 관련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꽤 멋들어진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가령, 싱크패드의 키보드에 대한 키감 분석을 일례로 들어보자. 보통 '키감이 좋다, 나쁘다, 딱딱하다, 부드럽다' 정도로 간단히 표현될만한 것도 그의 손에 넘겨지면 웬만한 논문 버금가는 분석자료로 변신하게 된다. '키의 반발력을 위한 고무패킹 소재 분석에서부터 키의 격자 구조물의 설계 방식, 키의 배열상의 특이점 등에 대해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자세한 근거 자료를 들어 싱크패드 키보드의 우수성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간단한 PCMCIA 슬롯부의 고장이나 터치패드 버튼의 클릭감 저하 현상도 그는 평범하게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간단히 '고장났나?' 생각하고 지나갈법도 한데, 그는 고고학도답게 이 부분을 분해하여 무엇이 문제인지를 진단하고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만의 독특한 해결책을 찾아 수정을 해내야지만 직성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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