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은 닛산 쥬크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닛산 쥬크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인기가 낮습니다. 흔히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레어 모델’이라는 말이 회자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보기 드문 모델 또는 시장에서 많이 판매되지 않아 일반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차량에 붙이는 표현입니다. 애석하게도 닛산 쥬크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시장에서의 인기는 곧 상품성과 직결됩니다. ’많이 팔리는 차 = 높은 상품성 또는 무난한 상품성을 갖춘 모델’이라고 볼 수 있고 ’적게 팔리는 차 = 가격 대비 상품성이 떨어지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자동차 본연의 완성도는 높지만 특정 시장 트랜드에 맞지 않거나 디자인에 대한 정서가 맞지 않는 등 로컬 상황에 따라 시장 반응이 상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행히(?) 닛산 쥬크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쥬크는 국내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날개 돋힌듯 팔리는 닛산의 효자 차종입니다. 201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소개된 쥬크는 그해 6월 일본과 유럽을 시작으로 전세계 시장에 판매되었으며 출시 3년만인 2013년 8월 기준, 65만대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쥬크는 글로벌 시장에서 매년 20만대 이상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며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쥬크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북미 시장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바닥을 치는 쥬크가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유는 적어도 가격 조건 때문이 아닙니다. 독일을 예로 들어보면 엔트리 트림에서부터 최상위 트림까지 총 15종의 세부 모델로 구성돼 있는데, 이가운데 국내 출시된 모델과 비슷한 스펙의 트림 가격은(1.6 DIG T140) 25,290 유로(한화 약 3,120만원)입니다. 이는 비슷한 구성의 모델을 2,890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국내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조건입니다.
이렇듯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쥬크가 우리나라 시장에서 유독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은 ’소형 CUV 유행에 맞지 않은 파워트레인’ 탓이 큽니다. 연령대와 상관 없이 합리적인 소비가 몸에 벤 유럽 소비자들과 달리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연령에 따른 자동차 선택 기준’이 있을 정도로 시장이 보수적입니다. 가령 ’내 나이에 소형차를 타기는 좀 그렇지!’, ’나중을 생각해서 좀 더 윗급을 구입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들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대변합니다.
때문에 닛산 쥬크와 같은 소형 CUV의 가망 고객층은 경제적인 기반이 비교적 탄탄한 30대 중반 이후의 소비자들보다는 아직까지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소비자들로 제한됩니다. 이 연령대의 소비자들 대부분이 할부 금융을 이용해 자동차를 구입하게 되는데, 이 때 자동차 유지비에서 가장 큰 부담을 차지하는 ’유류비’는 선택에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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