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라는 장르는 원래 험로 주파를 목적으로 고안되었습니다. 그 효시가 되는 모델인 체로키, 코만치, 랭글러는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을 갖춘 모델이었습니다. 오프로드 성능이 강조되다보니 온로드에서는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차종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SUV의 본질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X5M과 같이 강력한 스포츠 유전자를 지닌 온로드용 고성능 SUV의 존재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전통적인 가치가 무색해지고 있고 뭐든 쓸만하면 두 가지 이상을 섞어버리는 것이 유행인 현 시점에서 ’SUV는 이래야하고 세단은 저래야 한다’는 규정 자체가 편견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또 시간이 갈수록 과감하고 개성적으로 변모하는 현대인들은 ’기분 좋은 반전을 통해 단조로운 일상으로부터 탈피하게 해주는 대상’을 갈망합니다. 이는 최고 575마력의 엄청난 힘을 ’잘 닦여진 고속도로’ 위에서 써야 진가를 발휘하는 변태적인 X5M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은 BMW의 고성능 SUV인 X5M입니다. X5M은 고성능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소위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흔히 스포츠카 못지 않은 강력한 성능을 갖춘 세단을 가리켜 ’양의 탈을 쓴 야수’라고 표현하는데, 둔탁하고 뒤뚱거릴 것처럼 보이는 외형에 어지간한 스포츠카 못지 않은 심장과 SUV 한계를 넘어서는 하체 성능으로 무장한 X5M이야 말로 ’양의 탈을 쓴 야수’의 대표적인 모델이라 부를만 합니다.
BMW가 프리미엄 SUV 시장에 뛰어든 계기와 SAV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고성능 SUV의 포문을 연 배경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X5 30d 시승기를 통해 자세히 언급해 드린바 있습니다. BMW는 SUV의 원조인 영국 랜드로버를 인수 합병해 약 7년간 경영에 참여하면서 랜드로버의 핵심 SUV 기술을 BMW의 전매 특허인 ’스포츠 세단’에 이식해 X5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X5는 BMW 라인업 가운데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BMW의 정규 라인업이 시리즈를 의미하는 숫자 뒤에 배기량을 의미하는 두자리 숫자가 붙는 형식이지만, X5는 숫자 앞에 알파벳을 붙인 네이밍이 최초(M 시리즈 제외)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1세대 X5부터 BMW의 사륜 구동 기술로 알려지기 시작한 ’xDrive’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이후 SUV 형태로 출시된 모델에는 모두 알파벳 ’X’가 숫자 앞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X5는 당시 험로 주파에 특화된 SUV와 전혀 다른 개념의 스포츠형 SUV로, 최소한의 오프로드 성능만 남겨놓고 모든 역량을 온로드 주행 성능에 집중했습니다. BMW는 기존 SUV와 확실하게 차별된 X5의 개성을 어필하기 위해 X5는 ’최초의 SAV’라고 광고를 했습니다. 일반 SUV가 스포츠 활동을 즐기러 갈 때 적합한 이동 수단(Sport Utility Vehicle)이었다면, X5는 ’차에 올라 주행을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스포츠’(Sport Activity Vehicle)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도전적인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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