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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주고 받다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있다. "왕년에 내가 말이야!~"
왕년을 들먹이는 사람들 중 가장 흔한 레퍼토리는 '주먹으로 한 지역을 주름 잡았다'이다. 자기라면 단방에 넘어간 여자들도 헤아릴 수 없고 학창시절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었지만 가정 형편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는 줄거리도 '왕년 스토리'의 단골 메뉴이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 사람들이 왕년을 들먹일 이유는 없을 테고.. 결국 나이 들고 힘 빠져서 과거를 동경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한 ‘올드 피플’들의 넋두리요 지나버린 세월에 대한 애달픔이기도 한 셈이다. 그러니만큼 정도에 크게 지나치지 않는다면 술 한 잔 함께 기울이며 맞장구를 쳐 줄만도 한 것이 바로 '왕년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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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 소개할 노트북만큼은 꽤나 화려한 '왕년의 배경'을 갖고 있는 모델인데, 바로 2002년 말까지만 해도 IBM 싱크패드의 최상위 모델이자 한 때 PC계에서 가장 화려한 사양을 자랑하던 IBM의 유명한 싱크패드 A31P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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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년 이후, IBM은 서브형 노트북인 X시리즈, 준올인원(표준형) 노트북인 T시리즈, 가격적인 부담을 줄인 보급형 R시리즈, 그리고 데스크탑 PC 대체형 컨셉의 A시리즈로 싱크패드의 라인업을 형성하였다. 특히 A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에는 제품명 뒤에 P 라는 문자로 구분하였다.
A 시리즈의 P 모델은 매번 싱크패드 노트북에서 가장 높은 스펙으로 출시되었을 뿐 아니라 2000년 가을에 출시된 A21P부터는 당시로서는 유일무이하게 15인치 UXGA+(1600*1200) 액정을 탑재하였던 특출한 제품이었다.(A21P가 출시된 후 곧바로 델에서도 15인치 UXGA 액정을 탑재한 인스파이런 8000 시리즈를 출시하였다.) 특히 A21P의 경우 국내 소비자 가격이 1080만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었기 때문에 노트북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꿈의 노트북"으로 불리던 스타 중의 스타였다. A21P가 뿜어내는 엄청난 해상도를 처음 접했던 사람들은 잠시 액정에 눈을 떼고 있다가 다시 액정을 볼 때, 상대적으로 작은 커서의 위치를 찾지 못해 어리둥절해 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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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1P 는 여러 가지로 특별한 모델이었다. 높은 해상도, 엄청난 가격 - 물론 미국에서는 3900불 정도에 판매가 되었지만 - 외에도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하게 그래픽 메모리를 16MB나 탑재하였으며 Mobile Pentium III 850MHz CPU, 8배속의 DVD와 랜/모뎀 콤보 내장, 데스크탑 PC에 밀리지 않는 확장 포트 채용 등 당대의 최고 모델로 평가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노트북이었다.
물론 높은 해상도에 비해 어둡고 균일도가 떨어지는 액정, 덩치에 비해 째째한(?) 소리를 들려주는 스피커, 무겁고 둔탁한 외형 등의 단점들도 안고 있었고 지나치게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설 수 없었다는 문제점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당시 A21P에 견줄 만한 모델이 없었다는 점에 이견을 달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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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1P 는 2001년 봄 CPU를 펜티엄 III 1GHz로 향상된 차기 모델 A22P로 변경되었으며 A22P의 국내 출시 가격은 A21P보다 조금 내린 800만원대를 형성하였다. 물론 이는 권장 소비자 가격이 그랬다는 것이고 실제 용산에서 유통되었던 가격대는 500만원 후반 정도였다.
그러다 2001년 가을, PC계에서 혁신과 재창조의 원조라고 불릴 정도로 정도의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던 IBM은 이름값에 걸 맞는 제품을 선보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A22P의 후속 모델이었던 A30P였다. 당시 출시 소식을 접했던 노트북 사용자들이 "괴물 노트북"이라고 칭했을 정도로 A30P는 혁신적인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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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UXGA 해상도의 FlexView Display 액정이 탑재되었다는 점이었다. IBM이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FlexView Display는 광시야각 액정의 필수 요소인 '높은 휘도'와 '고콘트라스트비'를 갖추고 있음은 물론 내부의 백라이트와 외부의 빛의 유입에 따른 반사 각도가 잘 조절되어 측면 170도에서도 출력물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우수한 가독성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당시 출시되었던 일반 아몰퍼스 공정의 노트북 액정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선명함과 뛰어난 해상력을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노트북 사용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A30P가 웹상에 처음으로 공개되었던 날, 측면과 상하의 깊은 각도에서도 또렷하게 원색 이미지가 구분됨을 보여주는 액정 사진들을 본 사람들은 노트북 액정에서 이와같은 시야각이 실현되었다는 점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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