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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소니가 11월 14일 발표한 9.9mm 서브 노트북 X505 - www.sony.co.jp
2003 년 9월 28일, 전세계 언론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올해 34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의 폴 터갓(케냐)이라는 사람이 그동안 인간한계로 규정되어 왔던 2시간5분벽을 돌파하며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작성했기 때문이었다.
터갓은 9월 2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마라톤 남자부 42.195㎞ 풀코스 레이스에서 2시간4분55초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작성하여 할리드 하누치( 미국)가 보유하고 있던 종전 세계기록인 2시간5분38초를 43초나 앞당기는 기염을 토했다. 터갓의 기록을 보면 정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터갓은 42.195㎞ 풀코스를 달리면서 100ｍ당 17.76초의 속도(시속 20.267㎞)로 낸 셈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일반 성인 남자가 전력질주 해야 하는 것과 대등한 스피드다.
물론 이런 기록들이 작성될 때 마다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위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다. 역시 이 기록이 작성된 날, 한국체육과학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생리적 기능, 환경적 변수를 감안할 때 2시간 벽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이지만 언제 1시간50분대에서 진입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라고 하나마나한 분석을 내놓았다. 어쩌면 '영원을 사모하면서도 유한한 삶을 살아야하는 인간'들에게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갖는 의미는 실로 미묘하다.
그동안 노트북계에서도 2시간 5분대만큼이나 깨기 힘든 한계의 벽이 존재해 왔는데, 노트북계에서 한계로 지칭되던 숫자는 다름 아닌 '1'이다.
즉 1cm의 두께, 1kg의 무게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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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96년 첫선을 보인 도시바의 리브래또는 윈도우 95를 탑재한 미니노트북으로서 840g 이라는 초경량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소니의 C1, U 시리즈, 빅터(JVC)의 에어웍스 등이 1kg 미만의 무게로 출시된바 있었으나 이는 어디까지 액정의 크기, 본체사이즈 등을 줄이는 편법을 동원한 경우였으며 두께 면에서도 모두 2cm를 초과하였다는 문제점이 남는다.
그나마 4:3 형식의 일반적인 켄셉에 10.4인치 이상의 액정을 탑재한 모델 가운데 무게 1kg의 벽을 최초로 깬 모델이라면 일본의 파나소닉의 레츠노트 R시리즈와 T 시리즈를 들 수 있으나 이 또한 3cm를 넘어서는 두께로 1kg의 벽을 깼다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버린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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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X505 발표 이전까지 세계 최고로 슬림한 노트북이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었던 도시바 포르티지 R
두께를 혁신적으로 줄인 모델이라 하면 단연 샤프의 무라마사와 도시바의 포르티지 R 시리즈를 들 수 있다. 2001년 5월 샤프가 세계 최초로 12.1인치 액정을 탑재하고서도 16.6mm 두께와 1.31kg에 불과한 무라마사 시리즈(MT1-H1)를 출시하여 노트북계를 깜짝놀라게 하였지만 노트북 명가로서 도시바의 자존심은 샤프의 독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2002년 봄, 도시바는 샤프의 무라마사보다 한층 더 얇은 14.9mm 두께의 포르티지 2000을 발표한 것이다.
12.1 인치 액정, 14.9mm의 두께, 무게 1.19Kg이라는 놀라운 사이즈를 지닌 포르티지 2000은 Intel Pentium III 750MHz-M을 탑재하였고 얇은 두께를 실현하기 위해 기존의 2.5인치에 비해 현저하게 작은 1.8인치 초슬림 하드디스크를 탑재하였다.
이후 샤프에서는 초슬림 노트북 타이틀의 재탈환을 위해 13.7mm라는 경이적인 두께와 외장하드로 활용 가능한 무라마사 H1 시리즈를 발표하였다. 하지만 10.4인치 형에 발열문제로 저포퍼먼스의 크루소 CPU를 탑재하고 있어 포르티지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실 포르티지 2000이 출시되었을 때만해도 '들면 부러질'듯한 모습을 보며 거의 대부분의 노트북 사용자들은 '더 이상은 얇아지기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더욱이 3월 12일 대거 출시된 센트리노 기반의 노트북 PC들이 하나같이 기존 모델보다 약 30% 정도 외형적인 축소가 이루어졌지만 포르티지 2010의 센트리노 모델인 R 시리즈는 무게만 약 100g 감소했을 뿐 외형적인 변화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제조사 측에서는 13,7mm, 14.9mm라고 떠들어 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트북에서 가장 얇은 전면부에 해당하는 두께이고 가장 두꺼운 뒷부분은 모두 2cm에 육박했으니 이 또한 그리 정당하지는 않아 보인다.
단순히 제원만 놓고 본다면 샤프 무라마사 H1의 경우 13,7mm 두께에 980g의 무게를 갖고 있어 그나마 '노트북 한계치'에 가장 근접한 모델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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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11월 14일, 소니에서 2시간 5분벽을 넘어선 마라토너 터갓의 기록만큼이나 노트북 사용자들에게 충격을 던져준 모델이 하나 등장하였다. B5 사이즈 서브형 노트북 바이오 PCG-X505/P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12 월 6일 발매할 예정인 이 놀라운 모델은 전면부의 두께가 겨우 9.7mm 밖에 안 되는 초박형 노트북이라는 점에서 노트북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만 했다. 물론 노트북의 전면부의 두께만 9.7mm이며 뒤로 갈수록 점점 두꺼워져 최후부는 21mm의 적잖은 두께를 이루고 있으나 이는 그간 ‘초슬림형’이라는 닉네임을 붙여 제품을 내놓은 거의 모든 제조사들이 써왔던 잔머리이기 때문에 특별히 흠이 될만해 보이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두께뿐만이 아니다. 무게 역시 825g으로서 10.4인치 액정을 탑재한 기종으로는 세계 최경량을 자랑한다.
무게 825g! 전면부 두께 9.7mm!! 편법을 쓰기는 했지만 드디어 노트북계에서 '한계치'로 인식되어 왔던 1cm, 1kg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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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505를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단순히 사진만으로도 거의 두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고 표현할 만큼 슬림한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이며 소니스타일에서 한정판으로 판매되는 모델의 경우 노트북 최초로 탄소 섬유 합금을 사용하여 케이스부에서 40g을 더 줄인 785g의 무게로 출시된다고 하니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물론 X505의 사양을 찬찬히 살펴보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상당한 무리수를 두었음을 알게 된다. 가령 모든 장치를 하나의 보드에 집적하고 두께와 무게를 상승시킬 수 있는 장치들은 삭제하거나 외장형 방식으로 빼놓았다. 랜포트 배치의 부담과 미니 PCI 슬롯으로 인한 두께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유선랜과 무선랜을 외부 접속 방식으로 밀어 냈으며 전면부의 두께를 9.7mm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터치패드부에 삽입되는 키판의 두께도 용납되지 않았기에 키보드를 전면부로 배치하고 트랙포인트를 두어 마치 X505의 제품 컨셉상 터치패드를 삭제한 것처럼 면죄부를 주려하였다.
또한 별도의 램 슬롯을 만들어 놓으려면 메인보드에 램슬롯이 중첩되어 배치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X505의 두께에서는 용납되지 않는지라 보드에 고정된 512MB로 메모리가 고정되어 있으며 20GB 용량이라는 낯부끄러운 하드디스크를 써야 했다. 1.8인치형 하드디스크라 해도 현재 40GB까지 출시되어 있는데, X505/P에 20GB라는 졸렬한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발열 문제? 아니면 소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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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한다면 소니를 너무 순진하게 보는 것이다. 전용 캐링 파우치 하나를 5-6만원에, 배트남, 필리핀 등에서 OEM 제조된 일반 천 가방을 '스마트백'이라 하여 수 십 만원에 판매했던 소니가 X505/P 다음에 내놓을 마이너 업그레이드 모델을 생각하지 않았을리 만무하다. 그런데 시작부터 워낙에 무리를 했기 때문에 X505의 다른 부분에서는 당분간 눈에 띄는 업그레이드를 시행할 수는 없을 테고.. 결국 만만한 하드디스크 용량을 늘려 두어 번 정도 업그레이드 모델을 내놓을 공산을 했음에 틀림없다. 30GB 모델.. 그 다음에는 40GB 모델.. 이렇게 말이다.
이 트집 저 트집 다 잡아 봐도 소니가 새롭게 출시한 X505는 앞으로 슬림형 서브 노트북의 출시 경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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