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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흘러도 한번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된 제품은 그 가치가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제품들을 흔히 '명품'이라고 부른다.
노트북에서도 '명품'이라고 불렸던 수작들이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성능이 가치를 결정하는 IT 세계에서 하나의 제품이 주목을 끌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3개월이 채 못된다. 이런 환경속에서 '명품'을 논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 일지 모르겠지만, 노트북 사용자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최고로 꼽고 있는 명품이 있기 마련인지라 노트기어에서는 매달 추억속의 명품을 하나씩 선정하여 소개하기로 하겠다.
이 시간을 통하여 앞만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가끔은 뒤를 돌아보며 추억에 잠기는 여유를 누려보자.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명품 노트북을 논할 때에 제일 많은 표를 받을 만한 제품은 단연 IBM의 TP 600X일 것이다.
TP 600X가 단종된지 이미 2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600X는 많은 사용자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고 시장에서 인기기종으로 심심치 않게 거래가 이루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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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6월 13일자 IT속보에 "본격적인 저가형 노트북 PC 시대가 열린다. LGIBM은 지난 9일 Think Pad 600X 제품의 가격을 무려 496만원 인하했다." 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496만원이면 현재 출시된 노트북 중 최상위 모델을 구입할만한 거금이다. 그런데 이게 노트북 가격이 아니라 '인하 가격'이라니... 도데체 600X의 가격이 얼마였길래...
LGIBM TP 600X의 출시 가격은 놀랍게도 913만원이였다! 913만원이면 웬만한 준중형 승용차 한 대를 사고도 남을 가격이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초기 LGIBM의 기형적인 가격 정책 때문에 발생한 웃지 못할 일이지만, 대당 1000만원에 육박하던 600X는 그야말로 노트북 사용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노트북은 사용자에 따라 아무리 비싸도 돈값을 충분히 하는가하면 제아무리 값싼 노트북이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서는 그저 일개 전자제품에 불과하기 때문에 600X를 그만한 돈을 주고 구입할 가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논하는 일은 지금 시점에서 그다지 생산적인 일은 못된다. 또한 3-4년 전만 해도 노트북은 일반 사용자와는 거리가 먼 전문가적인 냄새를 풍기던 물건이였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600X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600X의 키보드의 타이핑 감과 조립의 견고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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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X의 외형은 한마디로 과묵하고 믿음직스러운 남성을 보는듯 하다. TP를 상징하는 검정색 코트를 입고 있는 점도 그렇고 훌륭한 조립상태, 각포트마다 커버를 달아 놓은 빈틈 없는 마무리, 충분한 강도가 느껴지는 카본파이버의 케이스 재질, 그리고 지금은 내구성에서 홀대를 받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질감에 있어 최고의 감촉을 느끼게 해준 우레탄 도장까지... 600X는 나름대로 최고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하이앤드 노트북 PC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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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뿐 아니라 성능에 있어서도 600X는 노트북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모델이다. TP 최상위 모델답게 뛰어난 안전성을 갖추고 있었으며 당시만해도 노트북에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발열'에 있어서도 600X는 훌륭한 점수를 받을만했다. 물론 쉴새없이 돌아가는 팬소리로 인해 소음 문제를 어느 정도 지니고 있었지만, 당시 노트북에 있어 '팬소음'은 거의 모든 노트북이 지닌 문제였기 때문에 특별히 단점으로 지적될만한 사항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600X의 장점이라면 펜티엄 3 CPU를 탑재했으면서도 약 3시간이나 구동이 가능했던 배터리 성능이다. 지금이야 3시간의 배터리 성능은 평범한 수치겠지만 당시만 해도 펜티엄 3 CPU를 탑재한 모델 중에 배터리만으로 3시간 구동이 가능한 모델은 매우 드물었다.
그럼 지금부터 추억의 명품인 600X의 부분부분을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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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체 상부 케이스를 떼어낸 모습.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TP의 외형에서 IBM의 고집과 최고의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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