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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컴퓨텍스에서 다시 만난 소니 바이오, 그 찬란했던 이름을 추억하며
이 기사는 4개의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등록일시 : 2018-06-20 오후 6:39:44 


노트기어가 생긴지 올해로 18년이 되었군요. 1세대 IT 리뷰 사이트로는 거의 유일하게 생존(?)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본업은 아니지만 IT 업계에서 워낙 오래 발을 담그고 있다보니 CES,CeBIT, Computex, 글로벌 소스 등 IT 전시회를 찾아다니는 것이 하나의 습관처럼 고착되었습니다. 이번에도 2018 컴퓨텍스 관람을 위해 대만을 찾았고 반갑게도 전시회장 한켠에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소니 바이오 부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노트기어가 탄생한 배경에는 소니 바이오라는 브랜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바이오라는 브랜드는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96년에 탄생했습니다. Visual Audio Intelligent Organizer를 줄여서 VAIO가 되었죠. 바이오에는 Viloet(자주색)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데 초기의 바이오 PC는 상당수가 바이올렛 컬러를 베이스로 했습니다. 또 VAIO의 IO은 디지털의 I과 0을 형상화한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최초의 소니 바이오는 1996년에 출시된 데스크탑 PC, PCV-90입니다만, 제가 바이오를 처음 접한 시기는 1998년이었습니다. 신주쿠에 있는 요도바시 카메라 - 우리나라의 하이마트와 비슷한 곳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가격정보를 얻습니다. - 를 지나다가 행사장 진열대에서 매우 인상적인 기기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SONY VAIO’라는 배너가 세워져 있었고 얇고 미끈한 게 한눈에 봐도 영락없는 개인 정보 단발기(PDA)류라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은 커녕, 태블릿 비슷한 단말기도 없었을 때였으며 애플의 뉴튼과 같은 PDA가 노트북 PC를 제외한 유일한 디지털 단말기였습니다. 뉴튼 역시 지금의 태블릿처럼 얇고 가벼운 형태가 아니였죠. 그런데 소니에서 새롭게 선보인 이 녀셕은 뉴튼보다 슬림하고 가벼워 보였으며 심지어는 노트북의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스펙이 적힌 전단지를 유심히 살펴봤을 때, 저는 둔기로 뒷머리를 강타당한 것 같은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그랬습니다. 그것은 소니가 그간의 가전회사 이미지를 벋어 던지고 본격적인 PC 제조업체로 진일보하기 위한 첨병으로 내세운 초슬림 서브 노트북인 바이오 505였던 것이었습니다.



그 때 제가 본 모델은 505EX 였습니다. 당시로서는 MMX233이라는 발군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CPU도 놀라웠거니와 2.1GB의 대용량 하드디스크, 64MB라는 엄청난 양의 램, 당시엔 초고속 대접을 받았던 33.6kbps 모뎀을 장착하고서도 두께 2.39센티에 무게 1.35Kg이라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슬림한 외형! 거기에다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뛰어난 디자인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당황스러원 점은 아무리 노트북을 살펴봐도 전원버튼이 보이질 않는겁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른쪽 측면 중앙에 슬라이딩 버튼으로 되어 있더군요. ’그게 뭐가 신기하냐?’라고 반문하시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충격적인 구성이었습니다.

출장 비용을 탈탈 털어 505EX - 당시 본체가 28만엔 정도, PCGA-CD5라는 유전원 외장형 전용 씨디롬이 2만 몇 천엔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를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일주일로 예정된 출장을 3일로 줄여야 했지만 이는 단순히 비용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어서 빨리 바이오를 한글셋팅하여 사용하고 싶다’라는 강한 충동 때문에 더 이상 일본 내에 머무르는 것이 불가능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 소니 바이오는 국내 정식 출시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소니 특유의 셋팅법 때문에 사용자들을 무척이나 고생을 시킨 모델로 유명했습니다. 소니 바이오 노트북은 타사 노트북과는 달리 소니에서 자체 개발한 칩셋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체적으로 만든 칩셋이니 당연히 윈도우에서는 인식이 안 되었습니다. 소니에서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장치는 SONYNC(SONY NOTEBOOK CONTROLLER), SONYPI(SONYPROGLA- MMABLE I/O) 입니다. 윈도우즈를 설치하고 난 뒤 이 두장치 드라이버를 설치하지 않으면 바이오 노트북은 문자 그대로 깡통 그 자체였습니다.

소니 바이오의 인기가 급증하자 MS 사는 윈도우 XP 부터 SONYNC(SONY NOTEBOOK CONTRO- LLER), SONYPI(SONYPROGMMABLE I/O) 를 휴먼인터페이스 장치로 인식하도록 하여 셋팅의 까다로움이 다소 감소하였습니다만 이전 버전 OS에서는 새로 운영체제를 설치해주려면 어김없이 이 두 장치 드라이버를 먼저 설치해주어야 했습니다.

어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소니 자체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려면 SONYDLL(SONY UTILITY DYNAMIC LINK LIBRARY), SONYEBDLL(SONY EXTENDED DYNAMIC LINK LIBRARY)이라는 파일을 설치해준 다음 각 장치들의 드라이버들을 설치해주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설치 순서를 맞춰주지 않으면 어김없이 셋팅 오류를 일으켰습니다.

초창기 505 모델에는 제미 있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바로 로고와 스타일러스 펜이었습니다. 일본에서 505EX를 처음 보았을 때 액정 왼쪽 측면에서 튀어나오는 스타일러스 펜을 보고 ’와~ 이 노트북 액정은 터치스크린인가보다...’라는 생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물론 1998년 당시 터치 스크린이 노트북에 적용될리 만무했습니다.

스타일러스 팬의 용도는 기가막히게도 터치패드에서 손가락 대신 사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지 못할 뻘짓인거죠. 바이오 노트북에는 초창기부터 ALPS사의 감압식 터치패드가 사용되었는데, 감압식 패드였으니 스타일러스 펜으로 누르든 손가락으로 누르든 또 연필 지우개로 누르든 커서는 움직일 수밖에요.

여튼 장식품에 불과한 스타일러스 펜이지만 시쳇말로 ’뽀대’하나는 일품이었습니다. 이 펜이 거의 무용지물임을 알았음에도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손가락 대신 이 펜을 이용하여 터치패드를 사용했었습니다. 액정 상판 옆구리의 커버가 열리면서 날렵한 펜이 튀어나오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무슨 첨단 기능이라도 숨어있는냥 과대 포장했던 소니의 상술 마저도 당시에는 ’멋져 보’였으니 소니의 위세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바이오 505EX 다음으로 구입했던 노트북은 바이오 505의 차기 모델이었던 N505였습니다. 1998년 10월에 출시된 이 제품은 외형에 있어서는 기존 모델인 505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만 인쇄 방식의 상판 바이오 로고가 음각으로 변경되었으며 800*600 해상도의 10.4인치 액정이 1024*768 해상도의 10.4인치 액정으로 변경되었다는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12.1인치 액정에도 800*600 해상도가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액정 크기가 10.4인치 밖에 안 되는 N505의 액정이 1024*768 해상도를 지원했다는 점은 실로 놀랄만한 부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또 이 모델부터 무전원에 PCMCIA 카드를 배면에 수납 가능한 바이오 전용 씨디롬인 PCGA-51과 USB, 1394 포트를 포함하고 있는 전용 포트리플리케이터 - 505에도 전용 포트리플리케이터가 제공되었습니다만 접속 단자와 포트 구성이 달랐습니다. -, USB 접속 단자가 깔끔하게 본체에 정리되는 FDD 드라이브가 그리고 상판 좌우측면에 접속되는 초승달 모양의 외장 스피커 PCGA-SP51 등이 함께 출시되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이 모든 주변기기를 모두 장만하려면 최소한 현금 400만원은 쥐고 있어야 했을만큼 N505는 비싼 노트북이었습니다. 물론 N505 역시 셋팅의 어려움은 여전했습니다. N505 사용자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다름 아닌 IEEE 1394 포트 설정이었습니다. 소니에서는 이를 i.LINK라는 이름으로 불렀는데, 윈도우 설치 이후 정상적으로 인식이 되었다가도 사용중 장치를 찾지 못하거나 1394 포트에 연결된 외부 장치가 인식 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자주 야기시켰습니다.

N505의 최대 단점이라면 단연 ’토끼 배터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원형의 봉형 배터리로는 1시간 사용이 빠듯했고 그나마 배터리 셀의 수명도 그리 긴편이 못되었습니다. 따라서 부족한 배터리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약 3시간 정도의 사용이 가능했던 중용량 배터리를 구입해야 하였습니다만, 당시 바이오 중용량 배터리는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격 또한 어마어마(?) 하였는데, 신품의 경우 40만원이 넘었고 중고로 구한다 해도 30만원 이상이었지요. 물론 국내에서 구할 경우 무려 60만원이 넘었을 정도로 비쌌습니다.

메모리 업그레이드도 극악이었습니다. 505는 배면에 추가 램슬롯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메모리 업그레이드가 손쉬웠지만 N505은 배면에 추가 매모리 슬롯을 갖고 있지 않아 본체 상단에 4개의 볼트를 풀고 키보드를 들어낸 다음 키보드 밑에 있는 금속판까지 제거해야 했습니다.



1999년 출시된 바이오 505GKRT도 바이오 시리즈에서 손꼽히는 모델이었습니다. N505에 비해 조금은 투박하고 두툼하게 변했지만 그런 Z505의 모습이 제게는 남성다운 매력으로 느껴졌습니다. 12.1인치로 대폭 향상된 액정 크기도 마음에 들었고 키피치 18mm로 넓어진 키보드도 나름대로 편리함이 느껴졌습니다.

505GKRT에 새롭게 탑재된 기능 가운데는 한 때 IBM의 ’빨콩’처럼 바이오 노트북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조그다이얼’과 지금은 바이오 노트북 전모델에 기본 포함되어 있는 소니의 플래쉬메모리인 ’메모리스틱 슬롯’입니다. 바이오 노트북 사용자라면 소니의 독자적인 포인트 디바이스 ’조그다이얼’을 잘 알고 계실겁니다. 마우스나 터치패드와는 또 다른 이 조그다이얼은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닫기, 핫키 실행 등의 조절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로 이 때부터 2003년 봄까지 약 3년 6개월간 바이오 노트북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지요.

그러나 포인트 디바이스의 일종인 조그다이얼은 재미있는 기능을 선사하는 소니만의 독특한 장치이긴 하지만 PDA나 디지털 카메라류 와는 달리 키보드와 터치패드 등 입력 디바이스가 충분한 노트북에 있어서는 그다지 실효성이 높은 장치는 못되었습니다.

조그 다이얼로 각종 프로그램의 실행/종료를 비롯하여 볼륨 조절, 밝기 조절 등 노트북의 제어와 같은 다양한 기능을 실행시킬 수는 있지만 이는 터치패드나 키보드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조그다이얼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번거로우며 그나마 조그다이얼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초기 설정을 비롯해 조그 다이얼에 익숙해져야 하는 등의 불편이 따랐습니다. 각종 전용 유틸리티로 인해 초기 리소스 점유율이 높은 바이오 노트북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그다이얼까지 가세한다면 같은 스펙의 노트북이라도 타 제조사 제품에 비해 상대적인 체감 성능이 떨어져 보인다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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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머니 2018-06-20 오후 7:18:56
아.. 진짜 추억돋네요. 바이오 역사를 이렇게 상세하게 알고 있는 분도 없을듯.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ㅜ.ㅜ
  강호원 2018-06-20 오후 7:23:14
역시 노트북 레전드 다운 레포트군요.
  마션 2018-06-21 오후 1:05:52
96년이면 22년전 아닌가요? ㅎ
  dd 2018-06-21 오후 5:06:00
바이오프로 디자인은 참 멋졌는데... 무게는 분명 경량급이긴 해도 당시 타 브랜드에 비해 큰 차이가 없어 그닥 인상적이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초경량 임팩트는 개인적으로 X시리즈, 라비에, 15인치 그램 정도랄까요ㅎㅎ 여튼 엄청 그리우면서도 반가운 기사네요. 덕분에 오랜만에 추억에 젖었습니다ㅎㅎ
  터닝포인트 2018-06-22 오전 11:46:11
멋진 기사 감사합니다! 노트기어 말고는 이런 기사 쓸 수 있는 곳이 없을것이라고 봅니다. 멋진 추억 선물이네요^^
  저런식의 키보드 2018-06-24 오전 10:14:52
그립네요 요즘의 치클릿키보드들은 도대체가 정이 안가서리
  Simon 2018-07-05 오후 12:02:36
멋진 기사 잘 봤습니다. 바이오 C1에 매료되었지만 중고가 워낙 비싸 리브레또로 입문했었습니다. 요즘 노트북은 배터리, 무게 등등 워낙 상향평준화되어서 심심한게 사실인데 소니 바이오에는 실험적인 모델이 많아서 다이나믹했군요. 너무 아쉽지만 이렇게 재발굴해 주시는 분들 계시니 바이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될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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