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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을 타고 비상하기까지! 도전과 극복의 역사 LG전자 XNOTE
이 기사는 4개의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등록일시 : 2019-09-29 오전 11:05:37 


올해로 노트북 리뷰를 시작한지 딱 20년이 되었습니다. 학생 때 처음 접했던 놀라움의 대상은 이후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친숙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손을 거쳐간 노트북 PC만 대략 어림잡아 3000여종은 되는듯 합니다.

처음 제 돈으로 노트북 PC를 구입한 때는 대학 1학년 때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한 돈을 모두 끌어 모아 구입했던 대만의 KIT라는 제품이었습니다. 당시 IBM, 컴팩, 도시바 등의 대기업 노트북 PC는 학생의 신분으로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을만큼 고가였기에 초반에는 대만 중소 기업 제품이었던 볼텍, KIT 같은 제품에 접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의 포문을 열어 세상을 바꾸었듯 1997년 일본의 소니가 혁신적인 컨셉의 바이오 노트북 PC를 내놓으면서 노트북 PC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관점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급 AV 기기를 연상케 하는 소니 바이오 노트북 PC는 비즈니스맨, IT 전문가들이나 사용하는 고가의 전문 장비의 노트북을 누구나 소유하고 싶어지게 하는 IT 기기로 변모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노트북 PC가 대중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던 90년대에서 2000년 사이는 IBM, 컴팩을 앞세운 미국과 도시바 후지쯔 소니가 이끄는 일본이 노트북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했습니다. 대만 기업들도 노트북 PC 생산에 열을 올렸으나 주로 OEM 모델 아니면 가성비가 좋은 제품들 위주였기 때문에 시장에서 주류를 형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이 시기에는 국산 노트북의 낄 수 있는 판이 아니었습니다. 순수하게 국산 기술로 전세계 노트북 시장을 견인할 수 있을만한 혁신적인 제품을 내는 일은 거의 꿈과 같이 여겨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노트북 PC 구입을 고려하는 사람들 특히 저와 같이 노트북 PC에 매니악한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구입 리스트에 ’국산 노트북’을 올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지금, 저는 개인용으로 총 4대의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는데 4대 모두 국산 노트북입니다. 3대는 LG에서 생산한 울트라기어 17, 울트라기어 15U890, 그램 2in1이며 다른 한 대는 삼성에서 출신한 오디세이 2019입니다.

과거 노트북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싱크패드는 2005년 IBM에서 레노버로 매각되었고 최초의 노트북 PC를 선보인데다 초기 IBM과 함께 노트북 시장을 호령했던 컴팩은 HP에 흡수되었으며 소비자용 노트북 시장의 폭발을 선도했던 소니 바이오는 사업 철수 이후 브랜드만 살아서 명맥을 유지하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NOTEBOOK이라는 명칭을 만든 도시바 역시 사업을 크게 축소하였고 후지쯔를 비롯한 NEC 등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명성도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노트북 시장에서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브랜드는 레노버인데 싱크패드 흡수 이후 제품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군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싱크패드 제품군 역시 비즈니스 노트북으로서의 가치를 잘 유지하고 있어 HP와 함께 전세계 PC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산 노트북은 삼성과 LG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초기 국내 노트북 시장은 독자 모델 위주로 사업을 펼쳐온 삼성의 절대적인 우세였습니다. 삼성은 90년대 초반 핸디북 시리즈인 SPC5110N을 시작으로 5800 시리즈, 센스 500 시리즈 등으로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30% 넘는 점유율을 꾸준하게 유지했지만 최근들어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주춤하고 있고 LG전자는 1996년 IBM과 합자 회사인 LGIBM을 설립, IBM 싱크패드 시리즈를 유통 및 OEM 생산했으며 컴팩 프리자리오 일부 라인업도 OEM 생산해오다 2002년 1윌 독자 모델인 XNOTE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PC 사업을 전개해 왔습니다.

국내 PC 기업인 삼성과 LG의 경우 모바일 사업부를 비롯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 종합 가전 등 PC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군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에 HP, 레노버, 델 등과 같은 글로벌 PC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삼성과 LG가 PC 업계에서 보여주고 있는 상품성은 상당히 놀랍습니다. 특히 2014년 이후 그램 시리즈로 국내 휴대 노트북 PC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LG의 약진은 실로 괄목할만합니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




LG 그램 시리즈의 성공을 이렇게 표현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사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는 말은 톱스타와 하루 밤새 연인이 되었다는 영화 노팅힐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입니다. LG 그램의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12년간의 도전과 실패’가 숨겨져 있습니다.

LG 노트북 역사의 시작 - 1세대 XNOTE LM50의 탄생

LG 전자가 IBM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PC 사업의 물꼬를 튼 시기는 2002년 12월 12일입니다. 당시 LGIBM이라는 상호로 PC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던 LG는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새노트북인 XNOTE를 발표하였습니다. XNOTE는 ’LGIBM’ 브랜드를 달고 출시되었지만 엄격히 말하면 ’LG’의 순수 자체 모델이었습니다. 참고로 LGIBM PC(주)는 96년 11월 22일 국내 최고의 PC 전문회사를 목표로, IBM과 LG전자가 51:49의 지분으로 합작 설립한 회사로 국내 시장에 씽크패드 유통 및 일부 제품 생산을 담당했었습니다.

당시 LGIBM은 XNOTE의 출시 배경을 ’최근 씽크패드 시리즈의 시장 점유율의 하락을 보완하기 위해 보급율이 뛰어난 저가형 모델로 XNOTE를 추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바 있습니다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당시 LG는 IBM 제품 유통 및 생산 외에도 컴팩의 프리자리오 시리즈를 ODM 방식으로 생산 공급한 업체로 잘 알려져 있었는데, HP가 컴팩을 합병하면서 LG가 OEM으로 생산해온 프리자리오 시리즈 생산을 대만의 OEM 업체로 바꿨고 LG는 프리자리오 생산 시설을 놀리느니 이참에 독자 모델을 내자는 방향으로 전환을 했던 것입니다.

LG 최초의 독자 모델이었던 X-Note LM50 시리즈는 총 4개 모델로 이루어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CPU 클럭이나 HDD의 용량 LCD의 해상도 탑재된 그래픽 칩셋에 따라서 나누는 등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갖추기는 했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는 못했습니다.




LG는 2003년 2세대 모델을 출시했는데, 이번에는 제품을 출시한지 6개월이 채 안된 시점인 2004년 1/4분기까지 LG는 국내 노트북 시장 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에 따르면 2004년 1분기 동안 판매된 노트북 PC는 총 188000여대로 추산되는데, 이 중 삼성전자의 센스가 74000여대를 판매, 시장 점유율 39.5%를 기록하여 국내 내수 부동의 1위를 지켰고 LG IBM은 총 35000여대를 판매, 시장 점유율을 18.5%로 끌어 올려 HP를 따돌리고 단독 2위 자리로 뛰어 올랐습니다. 이후에도 LG ’XNOTE’의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하여 20% 초반대로 끌어올려 부동의 2위 자리를 굳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2세대 ’XNOTE’ 시리즈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제품간의 편차에 따른 불량 문제였습니다. 보통 ’제품 편차’는 신생 브랜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XNOTE’의 경우 대기업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신생 브랜드라는 면죄부가 통하지 않는 진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국내 노트북 사용자들이 가장 용서하기 힘든 불량의 종류라 하면 액정의 불량상태와 조립 완성도 불량 이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노트북의 보안 성능이나 실용적 구성, 사용편의성에 주력하는 서양 사용자들과는 달리 주로 비주얼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는 국내 사용자들의 감성적 특징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2 세대 XNOTE 시리즈가 안고 있었던 문제가 바로 액정의 질과 조립 완성도 부분이었습니다. LG는 나름 빠르게 제품 안정화 작업을 이뤄나갔지만 초기 성과가 뜨거웠던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 역시 빠르게 진행, 점유율이 다시 빠르게 내려가는 진통을 겪었습니다.


국산 제 1호 Tablet PC - XNOTE LT 시리즈



LG는 자체 브랜드 사업 초기부터 혁신적인 제품 컨셉을 밀고나갔는데, 신생 브랜드로는 이례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Tablet PC가 매우 친숙한 제품군이지만 국내 업체가 Tablet PC 시장에 뛰어든 시기는 2004년으로 그 역사가 매우 짧습니다. 그리고 Tablet PC 국산 제 1호 타이틀을 바로 LG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4년 1월 출시된 XNOTE LT시리즈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제품은 국산 제 1호 Tablet PC라는 점 외에도 당시까지 출시된 12.1인치 액정의 컨버터블형 Tablet PC로는 가장 가벼운 무게(1.75kg) 와 가장 얇은 두께(19.8mm-최박부)를 자랑했습니다. 160도 광시야각의 전자유도식 디지타이저 내장의 액정 디스플레이, Pentium-M 1.6GHz의 고포퍼먼스, 고출력 스테레오 스피커, 연속 5시간에 해당하는 배터리 성능 등 사양 면에서도 주목을 받을만 했습니다.

당시 국산 노트북의 경쟁력은 미국, 일본 브랜드의 패스트 팔로워 수준이었기에 주류에 해당하는 표준 사이즈 노트북의 라인업을 갖추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2002년 MS에 의해 포스트 PC로 지목되어 HP, 후지쯔, 소니 등 당시 PC 분야에서 최정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기업들과 대등한 수준의 Tablet PC를 기획, 출시했다는 것은 신생 브랜드로서는 엄청난 모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사실Tablet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더 있는데, LG는 애플보다 무려 9년 이른 2001년에 ’아이패드’라는 모델을 출시한바 있습니다.(사진 맨 아래쪽) 독일 IT 박람회인 ’세빗 2001’에 출품한 후 외신으로부터 혁신성을 인정받은바 있습니다만, 정작 시장에서 활발하게 판매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제품은 기본적인 인터넷 서핑과 이메일 주고받기, 간단한 비디오 서칭 등이 가능한 기기였습니다. LG가 아이패드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Tablet 시장에서 좀 더 뚝심 있게 제품 개발을 이어왔다면 현재 IT 지도가 상당 부분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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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원 2019-09-29 오전 11:43:30
와... 이렇게 기사로 역사를 한번에 보니 엘지가 그램을 우연히 낸게 아니라는게 확 와닿네요. 그동안 다양한 컨셉트의 제품들을 많이 선보였고 그런 실험 정신에 대한 보상이 바로 그램이었군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두발모발 2019-09-29 오전 11:55:33
역시 그냥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LG 삽질이 스마트폰에서도 먹히길.
  정동원 2019-09-29 오후 12:37:32
왠지 감동적인 히스토리네요. 저절로되는 성공은 없죠.
  노트기어짱 2019-09-29 오후 1:09:52
노트기어 13년을 넘게 보고 있지만 엘지쪽에 너무 치우치는듯
  고진 2019-09-29 오후 1:16:27
윗분 좀 민감하신듯. 요즘 레노버 칭찬도 많이 하시던데요 뭐. 그램 시리즈는 나름 신화죠. 칭찬받을만 합니다.
  Rebot 2019-09-29 오후 1:52:22
에렇게 보니 엘지가 그동안 혁신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했군요. 뭐든 저절로 되난 일은 없는거였네요.
  강원석 2019-09-29 오후 4:02:15
외 쇠교수님 차력사 풀어주시듯 LG 역사를 풀어주시니 꿀잼입니다. 다음에는 싱크패드 역사도 한번 다뤄주십시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타이그래스 2019-09-29 오후 6:39:20
정독했습니다. 삼성과 엘지는 노선이 많이 다른데 삼성은 출시전부터 완벽주를 추구하고 엘지는 일단 실험적 제품을 낸 다음 수정을 하는 방식인듯 합니다. 일단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야 하는 IT 시장에서 출시전 완벽을 기하는 삼성이 점점 무리수가 되고 있고 실험적인 시도가 많았던 엘지가 그램으로 빛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히스토리를 보니 제 생각이 맞았군요.
  이성현 2019-09-30 오전 10:57:35
저도 그램 17을 쓰지만 그램 참 잘만든 노트북이에요. 그램 이전에는 국산 노트북을 살거라고 생각을 못했죠. 화면비 좋고 무게 정말 가볍고.. 암튼 잘만든 노트북입니다.
  그램기어충 2019-10-01 오후 5:14:49
인텔의 센트리노 모바일 플랫폼이 적용된 엑스노트 처음 써봤는데 당시엔 정말 신세계였죠. 꼬박 7년 썼고, 갓 나온 암드의 첫 APU인 라노가 탑재된 가성비 좋은 HP노트북을 노트기어 리뷰 보고 질러서 지금 만 8년째 사용중입니다...
  라온 2019-10-07 오전 5:37:58
제가 노트기어에 와서 처음으로 본 노트북이 엑스노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참 반가운 특집이네요
  오우~ 2019-10-25 오후 12:26:26
재밌습니다. 어릴적엔 노브툭이 너무 비싸서 다른 세계의 물건이었고 지금은 스마트폰에 관심이 집둥 돼서 다른 세계의물건 돼버렸지만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 좋아합니다.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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