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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싱크패드의 전통과 가치
이 기사는 3개의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등록일시 : 2013-03-18 오후 6:37:58 


작년 여름, 레노버는 싱크패드에서 20여년 넘게 굳건히 유지되어 온 7열 키보드를 버리고 최신 경향인 아이솔레이트 키보드로 전면 교체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하우징이 바뀌고 세부 장치들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7열 키보드를 버리고 6열의 아이솔레이트 키보드로 옷을 갈아 입은 싱크패드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10여년간 국내외 노트북을 대상으로 1400여 건이 넘는 리뷰를 등록해 오는 과정에서 싱크패드는 리뷰어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각인된 브랜드였습니다. 시간의 변화에 상관 없는 외형도 그렇거니와 ’비즈니스 환경’에 특화된 싱크패드만의 강렬한 제품 컬러는 단순한 PC를 넘어 한 분야를 대표할만큼 뛰어난 상징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레노버로 인수되기 전인 2005년까지 노트북 브랜드로서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은바 있는 ‘ThinkPad’는 신기술의 대명사로도 유명했습니다. 노트북 PC 분야에서 발표되는 거의 대부분의 신기술이 싱크패드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최초의 컬러 TFT 액정, 14인치 대형 액정, 풀사이즈 키보드, 혁신적인 입력 디바이스인 트랙 포인트, DVD 드라이브 탑재, 교환이 손쉬운 착탈식 광학드라이브 및 하드 디스크, 보안 시스템, 싱크라이트, 좌우상하 170도 시야각을 자랑하는 고휘도 액정 등이 싱크패드를 통해 최초로 소개된 신기술들입니다.

IBM이 휴대용 PC를 처음 제조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0여년 전인 1982년입니다만, 싱크패드라는 이름을 노트북 PC에 처음 사용한 것은 1992년 ThinkPad 700c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부터입니다.(그 이전에는 IBM 태블릿에 사용된 이름이었으나 IBM이 태블릿 생산을 중단하면서 노트북 PC에 싱크패드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최고급 비즈니스 노트북’의 기틀을 마련한 제품은 국내에서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싱크패드 600 시리즈였습니다.



싱크패드가 세계 최고의 노트북 브랜드로 가장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계식과 멤브레인식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고성능 7열 키보드에 있었습니다. 특히 키보드 중앙에 장착된 트랙포인트(일명 빨콩)은 7열 키보드와 더불어 ’싱크패드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IBM은 2000년 10월, 서브형 X시리즈를 발표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싱크패드 붐을 일이켰으며 표준형 모델이자 최고급 라인업인 T시리즈, 데스크탑 대체형 모델로 역시 싱크패드 고급 라인업을 형성하였던 A시리즈 그리고 보급형 비즈니스 노트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R시리즈로 IBM만의 탄탄한 라인업을 구성하였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싱크패드와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브랜드는 없었습니다. 95년부터 7년 연속 전세계 노트북 판매 1위 자리를 고수했던 ‘도시바’가 IBM의 강력한 도전자로 급부상하기는 하였지만 마치 자동차 시장에서 1위인 토요타가 독일 럭셔리 3사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브랜드 가치, 기술력, 인지도 등에서 싱크패드와 비견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2005년, IBM이 PC 사업 포기와 함께 싱크패드 사업부를 레노버로 매각하면서 ’싱크패드’의 위상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1992년 이후 약 13년간 노트북 분야에서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켜온 싱크패드가 중국 외의 지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레노버에 전격 매각되었다는 소식은 당시 IT 시장 최고의 핫이슈였습니다.(자동차 시장의 상황과 비교하면 럭셔리 세단의 대표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가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인수된다는 소식 만큼이나 충격적인 뉴스에 해당하였습니다.)

물론 레노버로 매각된 이후에도 싱크패드의 조직은 여전히 건재할 것이며 신기술의 요람으로 알려졌던 일본 야마토 연구소를 비롯해 싱크패드의 전체 라인업도 변함 없이 유지될 것임을 밝혔습니다만, 싱크패드라는 브랜드에 강력한 후광을 비춰주었던 IBM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중국의 한 기업이 대신한다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싱크패드라는 브랜드를 탄생시키고 최고급 비즈니스 노트북으로 발전시켜온 IBM과 뛰어난 생산 설비를 바탕으로 세계 PC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리고 브랜드 밸류를 높이려는 의도의 레노버의 입장은 천지 차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싱크패드 사업부와 라인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초기의 약속 역시 제대로 지켜질리가 없었는데요, 레노버로 흡수된 기존 싱크패드 사업부 인원들은 오래지 않아 조직을 이탈하거나 레노버 인력들로 대체되기 시작하였으며 13년 이상 변함 없이 유지되어온 싱크패드의 제품 컬러도 와이드 액정 패널 채용과 멀티미디어 기능 강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모습을 바꿔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초기에는 싱크패드의 원형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주에서 몇 가지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하는 정도의 변화를 보였지만 2010년 싱크패드 엣지라는 변형 모델이 출시되면서부터 서서히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울트라씬 노트북 PC가 유행하던 시기에 등장한 싱크패드 엣지는 이름만 싱크패드를 사용할 뿐, 기본적인 구조는 싱크패드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블랙 컬러에 실버 몰딩을 두르고 최신 아이솔레이트 키보드와 16:9 비율의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싱크패드 엣지는 ’트랙 포인트가 들어가 있으니 이것도 싱크패드다’라고 우기는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당시만해도 싱크패드의 화면비가 4:3에서 16:10으로 변경되고 웹캠과 SD 메모리 슬롯을 비롯해 최신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는 정도에서 기존 싱크패드 라인업의 전통이 지켜지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싱크패드 엣지’라는 변종 모델의 등장은 ’싱크패드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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