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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컴퓨텍스에서 다시 만난 소니 바이오, 그 찬란했던 이름을 추억하며

이 기사는 4개의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등록일시 : 2018-06-20 오후 6:39:44

505GKRT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이유는 바로 국내 정식으로 처음 출시된 바이오 노트북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소니코리아는 2000년 10월 인텔 펜티엄 3 750MHz CPU, 128MB 메모리, 20GB, 하드디스크를 사양으로 한 505GKRT(일본 대응 모델 Z505CRK)를 전격 출시하였습니다. 판매 가격은 무려 349만 9천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정식 출시된 Z505의 가격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것은 25-6만원 정도로 판매되었던 전용 씨디롬과 13-4만원에 판매되던 FDD 그리고 역시 FDD만큼이나 비쌌던 포트리플리케이터를 기본 제공하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부 보따리상이나 일산 노트북 전문 판매 업체들에서 판매되었던 일본 내수용 제품의 경우 본체만 거의 300만원에 육박하였으며 상기 옵션을 모두 구입할 경우 소니코리아에서 발매한 Z505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경우도 있었습니다.

Z505의 단점이라면 역시나 1시간 30분을 채 못 버텨 주는 빈약한 배터리 성능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배터리 성능을 보충하려면 무려 50만원이나 했던 대용량 배터리를 구입했어야 했는데, 비싸기도 했지만 무게 부담도 커서 그다지 실용적이지 못했습니다. 2001년 2월에 출시된 Z505 마지막 모델인 Z505VRK에서 배터리 문제가 다소 해소되긴 했습니다.

Z505와 함께 N505를 현대적 감각으로 디자인한 10.4인치 서브노트북인 SR시리즈도 SR19GKRT라는 모델명으로 299만 9천원에 Z505와 함께 출시되었으나 ’쌩뚱맞다’고 표현될 정도로 당시 바이오 노트북이 보여주었던 혁신적인 디자인에 못 미쳤다는 점과 허무하리만큼 빈약한 확장성, 어두침침한 액정 등으로 Z505만큼의 인기는 끌지 못했습니다.

바이오답지 않은 특색 없는 칼라에 엉덩이를 치켜든 것과 같은 어정쩡해 보이는 디자인, 허연 배경 속에 유난히 튀어 보이는 보라색 터치패드 등 출시 전부터 SR시리즈는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SR 시리즈가 소니 바이오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제대로 담아낸 수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니급에 필적할만한 무게, 작은 싸이즈, 오래가는 배터리 등 지금의 휴대 노트북이 갖추어야 할 요건을 무려 18년전에 갖추고 있었으며 성능에 있어서도 동급의 타사 노트북에 결코 뒤지지 않는 특출한 모델이었습니다.

소니 바이오 노트북 중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라면 한 때 바이오 최고급 기종으로 대접받았던 XR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505 시리즈에 열광했지만 바이오의 본고장인 일본 현지에서는 XR 시리즈가 노트북 사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렸으며 한 때 소니가 바이오 노트북의 주력 기종으로 삼았던 모델일 정도로 많은 정성을 기울였던 노트북이었습니다.

저는 2000년 가을, 펜티엄 650MHz, 13.3 인치 액정, 20GB 하드디스크를 갖춘 XR7S를 시작으로 XR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XR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먼저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다는 점입니다. 가령 전용 포트 리플리케이터를 갖춘 14.1인치 최상위 모델이었던 XR100E/K, XR100F/K의 가격은 무려 500만원이 넘었으며 가장 저렴한 XR1 시리즈의 경우도 3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싼 노트북이었습니다.

XR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단연 액정을 보호하고 있는 하드필름이 기본 채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액정 상단의 고무 재질의 고정핀으로 액정 전면에 고정되어 있는 액정 보호 필름은 약 1mm 정도의 두터운 투명 아크릴 재질로서 상당히 튼튼하였기 때문에 민감한 액정을 보호하는 데는 그만이었을 뿐더러 액정으로 유입되는 외부의 빛을 어느 정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하여 출력물이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게 해주었습니다. 실제로 XR에 탑재된 액정의 휘도가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당시 XR 사용자들은 ’액정이 상당히 밝고 깨끗하다’라고 평가하였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XR 시리즈에서 시선을 끄는 또 다른 부분은 인터 플랩이라는 가변 배기구 시스템이었습니다. 상판을 열면 힌지 동작으로 후면 배열구를 덮고 있었던 커버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열배출을 원할하게 함과 동시에 노트북에 적당한 각도를 만들어주어 타이핑을 좀 더 용이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금은 별스러울게 없는 기능이지만 당시에는 XR 시리즈에서 처음 경험하는 혁신적인 기능이었기에 XR 시리즈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소니 바이오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모델을 꼽으라면 많은 분들이 C1을 가장 먼저 떠올리실겁니다. C1은 지금의 휴대 단말기 형태를 정립한 선구자적인 모델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모델입니다. 픽처북이라는 서브 네임으로 더 유명했던 모델입니다. 적어도 12인치 이상이었던 노트북 시장에 8.9인치라는 초소형 사이즈, 게다가 1024×480 픽셀로 2.13:1 비율의 독특한 화면비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HDTV도 없던 시절에 등장한 와이드 화면은 영화를 볼 때 아주 제격이었습니다.

미니노트북을 처음 개척한 업체는 도시바(리브래또)였지만 미니노트북에 폭발적인 관심을 갖게 만든 모델이 소니 바이오 C1 시리즈였습니다. 특히 회전 방식의 웹캠인 모션 아이는 ’노트북 PC의 방향성을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인어 아’닐만큼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당시에는 저전력 장점을 살리기 위해 펜티엄 호환 프로세서였던 크루소 칩을 썼는데 이 때문에 성능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으로 꼽히긴 했지만 디자인과 휴대성을 앞세워 시장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낸 소니의 역작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소니는 영상 편집용에 특화된 데스크톱을 비롯해 최근에서야 시장 파이를 넓혀가고 있는 일체형 PC, 스마트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용 PDA 클리에, 초기 태블릿 모델이었던 LC 시리즈, 초소형 PC의 방향성을 제시한 U 시리즈, 초슬림 노트북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X505 시리즈,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노트북(655g)이었던 바이오 X, 그리고 노트북 최초로 내장 그래픽과 외장 그래픽을 스위칭으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었던 바이오 Z 시리즈 등 시장을 선도할만큼 창의적이고 독특한 모델들을 다수 선보인바 있습니다.

1996년 설립되어 한 때 연 1000만대까지 생산할 정도로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소니 바이오는 18년만인 2014년 가을, 전면적인 PC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당시 소니의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3% 미만이었지만 PC 업계 전반에 워낙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지라 소니의 PC 사업 철수는 당시 IT 시장에서 가장 충격적인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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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머니

2018-06-20 오후 7:18:56

아.. 진짜 추억돋네요. 바이오 역사를 이렇게 상세하게 알고 있는 분도 없을듯.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ㅜ.ㅜ

강호원

2018-06-20 오후 7:23:14

역시 노트북 레전드 다운 레포트군요.

마션

2018-06-21 오후 1:05:52

96년이면 22년전 아닌가요? ㅎ

2018-06-21 오후 5:06:00

바이오프로 디자인은 참 멋졌는데... 무게는 분명 경량급이긴 해도 당시 타 브랜드에 비해 큰 차이가 없어 그닥 인상적이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초경량 임팩트는 개인적으로 X시리즈, 라비에, 15인치 그램 정도랄까요ㅎㅎ 여튼 엄청 그리우면서도 반가운 기사네요. 덕분에 오랜만에 추억에 젖었습니다ㅎㅎ

터닝포인트

2018-06-22 오전 11:46:11

멋진 기사 감사합니다! 노트기어 말고는 이런 기사 쓸 수 있는 곳이 없을것이라고 봅니다. 멋진 추억 선물이네요^^

저런식의 키보드

2018-06-24 오전 10:14:52

그립네요 요즘의 치클릿키보드들은 도대체가 정이 안가서리

Simon

2018-07-05 오후 12:02:36

멋진 기사 잘 봤습니다. 바이오 C1에 매료되었지만 중고가 워낙 비싸 리브레또로 입문했었습니다. 요즘 노트북은 배터리, 무게 등등 워낙 상향평준화되어서 심심한게 사실인데 소니 바이오에는 실험적인 모델이 많아서 다이나믹했군요. 너무 아쉽지만 이렇게 재발굴해 주시는 분들 계시니 바이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될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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