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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반 사람들도 노트북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큰 폭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는지 테크노마트 중고 매장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2-3백만원을 호가하는 최신형 펜티엄 4 노트북을 구입해서 워드와 인터넷 서핑용으로 썩히느니 M300이나 IBM570과 같은 쓸만한 중고노트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여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소비습관이다.
더구나 비싼 돈주고 최신형 노트북 구입하여 쓰는 사람치고 노트북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지 않는 사람을 본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매 순간순간 기스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숨까지 막히게 만든다.
얘기가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 어쨌든 사람들로 북적대는 중고 매장을 파고 들어가서 둘러 보고 있자니 일본 내수용 IBM X22가 보인다. 오호~ 일본 내수용 x22라.. 알다시피 일산 X 시리즈는 미산에 비해 가격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직원 둘이서 여러 사람을 상대하느라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직원 한사람이 상담 한건을 막끝내자마자 지나가는 말투로 울트라 베이스가 없이 본체만 있는 X22의 가격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대뜸 170만원을 부른다. 비싸다는 표정을 짓자 사든지 말든지..라는 식의 시선을 던지고는 다른 손님을 붙잡고 열심히 상담을 한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반대편 구석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다른 직원 옆으로 가서 이번에는 모델명을 정확하게 부르면서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직원왈~ 150만원이요~
역시 노트북 중고 매장을 이용하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알고 모르고에 따라서 20만원 정도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 여기서는 무조건 아는게 상책이다.
7층 매장을 대충 돌아봤으니 이제 8층 매장으로 올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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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도 7층보다 8층에 노트북 매장이 더 많아 보인다. 네 블럭 정도를 차지하는 적지 않은 규모의 매장도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적당한 매장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외산 노트북이 늘어선 조그마한 매장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매장 직원이 필자가 다가가는 것도 모른채 정신없이 '리니지'에 열중하고 있는게 아닌가!
으이그... 그럴시간 있으면 노트북 사양표라도 하나 더 외우지...
그 매장에서 방향을 돌리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노트북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NEC VERSA RXI였다. 이 NEC VERSA RXI 노트북은 국내 업자들에게 유명하다. 인기 모델이라서가 아니다. 이 모델을 수입한 업체가 모조리 큰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ㅡ.ㅡ;) 일본에서는 적잖은 인기를 누렸지만 국내 유저들에겐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출시 초기 사양에 비해 지나치가 높은 가격과 4.2kg에 달하는 살인적인 무게 때문이었다.
어쨌든 보기드믄 노트북임엔 틀림 없는 NEC VERSA RXI가 특가판매라는 목걸이까지 걸고서 자신만의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스타일 하나는 죽이는 노트북이니 일단 사진 한방~!
가격은 물어 볼필요도 없이 '나는 195만원이요~' 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화려한 디자인을 가진 독특한 컨셉의 노트북이긴 하나 이미 한물 갈대로 가버린 '왕년의 스타'를 195만원씩이나 주고 구입할 사람은 별로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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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C VERSA RXI옆에는 미국 노트북 시장을 한손에 움켜쥐고 있는 DELL 노트북이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종은 LAPTITUDE c600이었고 중고품이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186만원을 달라고 한다.
국내에 흔한 기종이 아닌지라 참고가 될만한 기준이 없지만 요즘 출시되는 노트북에 비해 사양이 많이 뒤떨어지는 중고 노트북에다 무상 AS도 받을 수 없는 기종임을 감안할 때 그다지 저렴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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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저곳을 돌다보니 벌써 저녁 8시가 다되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다보니 여러 매장들이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저들도 오늘 하루가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유쾌한 일은 판매자의 입장에서 기분이 상하는 일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소비자가 기분이 상하는 일이 판매자의 입장에서 이득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테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바가지를 쓰고, 또 바가지를 씌우는 일련의 행동들이 전적으로 판매자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보급되지 못했던 시절에는 '노트북'과 같은 특수 기기들에 대한 정확한 구매 정보를 얻기가 매우 힘들었고 판매하는 곳도 그리 많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그저 업자들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기고 구매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조금만 시간을 낸다면 자신이 원하는 모델은 물론 유사제품의 가격까지도 철저히 조사할 수 있으며 어느 업체, 어느 상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는지도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노트북을 구입하기 위해 무턱대고 아무 매장이나 불쑥 찾아가는 것은 '나는 봉이니 재주껏 바가지를 씌워봐라~!라는 문구를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분명한 것은 테크노마트가 항간에 떠도는 악명(?)만큼이나 무서운 일명 '바가지 소굴'은 절대 아니었다는 점이다. 비양심적인 매장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업체가 더 많았으며 손님을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 역시 비교적 친절하고 부드러웠다.
한 매장의 직원이 생각을 자극케 하는 이런 말을 했다.
판매 상인들의 자세도 문제가 많지만 소비자들의 의식도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합니다. 정확한 정보도 없이 '업자말은 믿을 수 없다. 무조건 깎고보자'는 식의 태도는 그럭저럭 참을만한데, 업자들을 마치 자신들을 등쳐먹는 사기꾼 보듯 하는 시선을 대할 때면 좌절감마저 듭니다..
업자와 소비자는 결코 대립관계여서는 안된다. 이들은 누가 뭐래도 튼튼한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비약적인 말일지는 모르겠으나 군사용어 중에 상화 확실 파괴라는 용어가 있다. 무슨 말이냐면 대립국가 간에 완벽한 질서와 평화는 '서로를 확실하게 괴멸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을 때 이루어 진다는 의미이다.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정확하고도 빈틈 없는 조사를 통해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업자들은 업자들 나름대로 도덕성을 앞세워 양질의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공급하며 판매 후 확실한 사후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 한다면 테크노마트는 머지않아 말로만이 아닌 진정한 쇼핑 천국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글/사진 : 서현덕(prince-shd@hanmail.net)
기사 편집 : 노트기어(Notegear@notege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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