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샹-IBM의 국내진출과 그 영향과 전망
2004년 후반 100만원대의 노트북가격이 무너지면서 다시금 달아오르고 있는 한국의 노트북 시장은 "가격파괴"의 바람이 거세다. 현재까지 렌샹-IBM이 드러낸 구체적인 로드맵이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대열에 렌샹이 동참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렌샹의 그룹사(史)를 통해 짐작해본다면, 기업이 위기가 닥쳤을 때의 돌파전략으로 신기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기 보다는 가격파괴를 통한 물량공세가 선택됐으며, 1996년 당시 1만 위엔이란 데스크탑 PC 가격의 마지노선을 붕괴시키고,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한 인물이 양위안칭 - 현재 CEO임 - 을 감안하면 ThinkPad가 장차 걸어갈 노선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기술개발에 과감한 투자(렌샹은 매출액의 24%를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이는 한국 제조업체 평균 투자율 3%를 8배 웃도는 수치다)를 아끼지 않지만, 그 투자가 단기간 내에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5년은 비즈니스 사이클로 따지면 중기 이상의 시간이지만, 수익성의 지표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면, IBM과의 관계는 생각보다 일찍 틀어질 수 있다. 불과 2년 만에 자사 수종사업으로 키우겠다던 IT 서비스를 조기 철수한 사실은 중국 기업 문화에 비추어 볼 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IBM이 남긴 유산은 분명 미국 IBM의 퍼스널 시스템 그룹의 부사장이 언급한 "왕관의 보석"과 비유될 정도로 가치로운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단기적인 수익창출을 위해 저가형 모델을 마치 국내의 일부 제조사처럼 밀어내듯 출시한다면, 그 조급증으로 인해 기업과 일반 소비자를 모두 잃을 수 있다.
그리고 한국 내에서는 일본과 유사한 형태로 IBM과 Lenovo의 통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LG-IBM이 그랬던 것처럼, 우선 Lenovo의 한국 현지 법인이 설립된 이후, 2005년 독자적인 사후지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IBM에 위탁할 가능성이 높다. LG와의 분리의 여파가 제대로 수습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새로운 회사체제로 편입되는 ThinkPad 관련 부문에 종사할 직원들의 혼란 만큼이나 ThinkPad를 구입했던, 그리고 구입할 예정인 사람들이 렌샹과 IBM의 신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현재 이번 매각과 관련된 공식적인 프레스는 단 한건( 한국 IBM 공식 기사 보기)에 불과하며, 앞서 언급했듯 사후 지원서비스의 독립과 내년 Alviso 칩셋의 Sonoma 플랫폼이 궤도에 오를 시점에서야 구체적 윤곽이 그려질 수도 있다. 당연히 제품 출시 이전 모든 문제가 정리되어야하고,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만큼 명확한 진로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과거 IBM의 시장 점유율 그 이하로 곤두박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굳이 가트너의 PC 성장 예측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현재 확고부동하게 1위를 유지하고 있는 Dell과 HP의 뒤를 따랐던 IBM의 PC 사업은 시장 점유율 3위였지만, 현금을 쓸어오지 못하는 실속 없는 부문이였고, IT 서비스 사업을 정리하면서 다시 자사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PC 부문에서 IBM의 기술과 브랜드로 승부를 보려는 렌상이 이를 인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평가가 일반적인 가운데, WTO 가입과 올림픽 특수 만을 믿고, 장차 미국시장의 크기를 능가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의 파이만을 크게 구워 독식하겠다는 퇴보적인 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심 섞인 분석도 있다.
분명 렌샹의 IBM PC 부문 인수는 앞으로의 PC 시장 재편의 신호탄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유산이 실속이 있는 것인지, 유산의 상속자가 감당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는 결국 시장이 답해줄 것이다.
- 노트기어 기획 기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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