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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전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일부 고급 차량에만 탑재되어 있던 제한된 기술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갈 때는 PC로 인터넷 검색을 한 뒤 먼저 확인을 하거나, 내비게이션 보다는 다들 차에 한권씩 넣고 다니는 지도를 참고했습니다. 지금처럼 가고 싶은 길을 찾을 때 바로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일은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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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 PDA형 내비게이션이 등장하면서 일반 차량에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고 할만한 환경이 등장했습니다. GPS가 탑재된 PDA에 전자지도를 설치한 뒤 거치형으로 조작하는 내비게이션은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지금도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대표 브랜드가 된 팅크웨어 ’아이나비’는 컴팩 PDA ’아이팩’ 시리즈와 미오 PDA 등에 탑재되며 길 잃은 자동차들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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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국내 시장에서 내비게이션 부문은 빠르게 성장하게 됩니다. MP3플레이어와 PDA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던 것처럼 내비게이션 부문도 2000년초 팅크웨어, 시터스, 현대엠엔소프트, 파인디지털 등 업체들이 경쟁을 통해 상품성이 크게 개선됩니다. 거치형 내비게이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동차 업체에서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가격이 차량 가격의 10%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고가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50만원 전후로 설정된 거치형 내비게이션은 외장으로 장착해야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 편리함 때문에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이들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내비게이션을 만들거나 거치형 내비게이션 업체들에 전자지도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는데, 한때 국내에서 내비게이션 브랜드가 50개 이상이 될 정도로 급성장을 하게 됩니다.
거치형 내비게이션 시장이 커지면서 비싼 가격의 옵션으로 제공되어왔던 자동차 내비게이션 가격도 하락하게 됩니다. 당시 자동차 업체들에서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은 200~300만원대로 매우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었지만, 제공하는 기능은 매우 단순했으며 탑재된 전자지도나 품질도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치형 내비게이션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립형 제품까지 시장을 확장합니다. 이들 업체의 매립형 제품은 자동차 업체들이 차량 구입시 옵션으로 제공하는 제품의 절반 수준에 더 많은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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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현대자동차 i30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이에 자동차 업체들도 가격 인하와 상품성 개선으로 대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각 자동차 업체들은 차급에 상관없이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렇게 바뀐 것이 불과 몇 년 되지 않습니다. 성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간단한 기능을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은 70만원~100만원, 통신 기능을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은 200만원대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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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기아자동차 K7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기아자동차는 70만원(7인치 내비게이션)부터 297만원(유보 2.0 + 어라운드 뷰)까지 제공하고 있으며, 쌍용차는 55만원(7인치 내비게이션)부터, 르노삼성은 30만원(QM3)부터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격 차이가 큰 것은 내비게이션마다 화면 크기, 지원 기능, 해상도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파워트레인과 안전, 편의 기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음에도 아직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변화의 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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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한국지엠 알페온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부문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낫습니다. 하지만 수입차 부문으로 이동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최근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함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구석기 시대 유물처럼 보입니다.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입차의 인포테인먼트 부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오너들은 모두 불만을 얘기합니다. 주행성능이나 안전사양에 대해서는 대부분 만족하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얼마나 참고 사용하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애프터마켓 내비게이션 업체와 계약을 맺고, 차량을 수입한 뒤 내비게이션을 장착해서 내보내거나, 유럽,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사용되는 제품을 한글화해서 사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사용하는데 기능이나 활용성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IT기기 사용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 눈높이와는 한참 차이가 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수년 째 큰 변화가 없으며, 이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한 차량의 반쪽짜리 기능만 사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포드 경우 음성지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싱크’는, 죽어가는 포드를 살렸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호평을 받고 있지만, 한글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영어로 음성명령을 해야 합니다. 캐딜락이나 크라이슬러는 애프터마켓 내비게이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매립형으로 바꾼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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