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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에 대한 단상

이 기사는 1개의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등록일시 : 2002-08-30 오전 10:50:31

사진설명 : 컴덱스 행사장 입구 - 겉에서 보이는 화려함과는 달리 전시 내용은 기대이하였다.

어제 삼성동에서 개최된 2002 COMDEX를 참관하기 위해 코엑스를 방문했다. 일단 주차요금에 목숨거는(?) 필자는 차를 댈만한 적당한 곳을 기어코 찾아내어 주차를 한 다음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얼마못가 웬 젊은 아주머니 둘이 필자의 앞을 가로막는게 아닌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말이다.

절대 이상한 생각은 말라. 내 손에 전도지를 들려주기 위해서였으니까..

종교에 별 관심이 없는지라 버릴까..하다가 왠지 이런거 버리면 벌받을 것 같아 주머니에 접어 넣고 COMDEX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이번 COMDEX는 기대와는 달리 한마디로 '너무 볼게 없'었다. 날은 또 왜그렇게 더운지..

피곤에 지쳐 집에 돌아와 주머니의 소지품을 꺼내다가 문득 아까받은 전도지가 딸려나왔다.

원래 이런 전도지 받아도 절대 읽는 법이 없지만 필자였지만 그날 따라 무슨 생각이었는지 전도지 앞뒤로 깨알같이 써져있던 문구를 물끄러미 읽기 시작하였다.

전도지 제목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겨자씨 만한 믿음만 있다면 이산을 가리켜 저기로 옮겨져라 하면 그렇게 될 것이다.

황당해 보이는 이 말은 알고보니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성경의 한 문구였다.
그것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는 크리스트의 말씀이니 어찌 무시할 수 있으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말씀의 의미가 쉽게 전달이 되지 않는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눈꼽만큼의 믿음만 있어도 산을 옮길 수 있다.' - 상징적 표현으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이 아닐까? 아니면 기적? - 는 말인데... 그만큼 사람 본래가 믿음이 없는 종족이라는 말을 반증하는 표현인가?

사진설명 : 로마시대 때 모든 신들을 받들였던 판테온 신전

종교는 참으로 복잡 난해하다.

종교라는 말은 레리지오라는 라틴어에서 비롯됬다고 한다.
이 말은 로마의 웅변가이며 저술가인 시세로의 말에서 비롯되었는데, 레와 지에레의 합성어이다.
그 의미는 되풀이하여 읽는다는 것 즉 종교를 강술(講述)한 신성한 서적을 깊이 고찰하며 연구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할 것 없이 모두다 여기서 기원된 말을 쓰고 있다고 한다.

종교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근원에 대한 의견은 매우 분분하다.

가장 유명한 이론 중 하나는 영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타일러에 의해 확립된 애니미즘 곧 정령 숭배로 불리는 이론이다.
그 외에도 R.R. 마렛에 의해 확립된 애니머티즘 즉 유생관이 종교의 근원이다라는 이론도 있고 스코틀랜드의 고대 민속학 전문가, 제임스 프레이저는 자신의 저서 금지편이라는 책에서 사람은 종교를 자연현상에서 배웠다.라고 주장한다.

가장 재미있는 이론은 역시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신 분석학자였던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시했는데, 글세 종교가 아버지 상에 대한 노이로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단다.. 간단히 추려보자면 야생 동물처럼 원시 씨족을 이루고 살 때,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선망하기도 했던 아들들이 반역을 하여 아버지를 죽였다. 그리고 아버지의 능력을 자신의 것들을 만들기 위해 아버지의 살을 먹었다.
후에 아들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속죄하기 위해 의식을 만들었는데, 아버지상은 하느님, 아버지의 혼을 달래기 위한 행위는 오늘날의 종교 의식, 살을 먹었던 일은 영성체의 형태로 표현되었다.. 라는 골자다. 그가 오늘날 태어나서 허리우드로 진출한다면 떼돈을 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갑자기 웬 종교이야기를 꺼낼까... 미리 밝혀두지만 필자는 부끄럽게도 '무교'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불가지론자라고 말하는게 옳을게다.

어떤 종교가 참종교일까라는 쟁점은 실로 민감한 문제인지라, 종교문제를 깊이 파헤치는 오류를 범하고 싶지 않지만 굳이 생각하기에도 벅찬 종교문제를 화두로 꺼낸 이유는 오늘을 하루하루 살면서 '믿음', '신뢰' 와 같은 단어들이 자꾸 생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입에 달고 살다시피하는 말이 있다.

도대체 믿음이 안가..

그런데 이런 습관을 우리들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너무도 억울하다.

정치인들에게 속고, 기업인들에게 속고, 사이비 종교 교직자들에게 속고, 친한 친구에게 속고, 믿었던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심지어는 친혈육지간에도 부모의 유산 분배를 놓고 서로 못믿어서 난리다. 정말이지 모두들 신물나게 서로 속이고 배신한다.
그러니 우리가 어찌 서로를 믿고 신뢰하며 살 수 있단말인가..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하느님을 완전히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때가 많다.
가령 기독교인들이라면 하느님 곁으로 즉 하늘로 승천하는 일은 참으로 가슴벅찬 일일테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죽어서 하늘에 간다고 믿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신도의 죽음을 대단히 슬퍼하며 애도한다. 그들의 믿음에 의하면 본질적으로 애도할만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사진설명 :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감기 바이러스

과학은 믿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과학이 발전하면 사람들의 생활도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믿었다. 특히 의학의 발전은 머지않아 모든 병을 정복해서 사람의 수명을 괄목할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말이다. 가끔 TV를 보면 유명한 의학자들이 나와서 '이제 암도 곧 정복될겁니다'라고 큰소리를 쳐댄다.

사실은 어떨까...

최근 들어 의학과 과학이 많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과거에는 손을 써 볼 방법도 없었던 많은 병들을 치료하고 정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학이 발달하는 것에 앞서서 병도 발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WHO(세계 보건 기구) 에서는 최근 20년 동안 적어도 30가지의 신종 질병이 나타나서 수억 명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러한 질병들 중 많은 수의 경우에는 치료제나 치료법, 백신조차도 없기 때문에 치료나 예방은 물론 제어조차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1999년 한해 동안 폐렴으로 350만, 결핵으로 270만, 콜레라와 기타 설사성 질환으로 250만, 에이즈로 300만, 말라리아로 150-270만, 홍역으로 96만, B형 간염으로 60만 5천, 백일해로 41만, 파상풍으로 27만 5천, 뎅기열로 14만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99년 한해 동안 총 5000만 명 이상이 이러한 질병으로 사망하였다는 사실은 얼마나 충격적인가.

그러니 과학자든 의사이든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크리스트란 인물은 참으로 위대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겠다.
그는 무려 2000년 전에,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이 불신과 의심으로 가득찰 것을 미리 예견한 것이다.

그렇기에 겨자씨 만한 믿음, 즉 눈꼽만큼의 믿음만 있어도 못할게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겠는가!
-나중에 그 아주머니들 만나면 내가 이 문구를 맞게 해석한건지 꼭 물어봐야겠다. ^^;;-

'불확실성'의 시대인 지금 무엇인가 확고히 믿을 수 있는 대상,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거다.
각자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간에 - 종교든, 사람이든 아니면 자기 주먹이든 -
그것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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